崔, 사실상 대선 출마 결심 굳혀
비판 의식 시간 두고 정치참여 계획… 국민의힘 “反文 정권교체 기대 커져”
‘X파일’ 윤석열 대안후보 거론도… 靑 이철희 “중립-독립성 훼손” 비판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 참여의 뜻을 굳히고 이르면 다음 주초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까지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야권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 崔, 사퇴 뒤 대선 도전 결심 굳힌 듯
25일 복수의 최 원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번 주말 아버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을 찾아가 정치 참여에 대한 자신의 결심을 전달할 계획이다. 최 원장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병환 중인 최 원장의 아버지는 아들이 정치에 참여해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며 “최 원장이 아버지를 찾아 결심한 내용을 알리며 안심시킨 뒤 다음 주초 사퇴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최 원장은 18일 국회에 나와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 원장은 다만 독립성이 중요한 현직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사퇴 뒤 곧바로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는 않고 자체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최 원장이 사퇴하더라도 정치 참여에 대한 계획보다는 자신이 사퇴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우선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힌 데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 과정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원장은 국회의 감사 요구를 받아 원전의 경제성 평가 수치가 일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여권에서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 환경단체가 최 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해 검찰 수사까지 앞둔 상황이다.
○ 국민의힘 ‘대안 후보론’ 기대감
국민의힘 내부는 최 원장의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데 이어 또 다른 야권 내 기대주로 꼽히는 최 원장이 가세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발탁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反)문 정권교체’의 깃발을 들어 올릴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최근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담긴 ‘X파일 논란’ 등으로 ‘검증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최 원장이 보수 진영의 대안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 원장은 두 자녀를 입양했고, 경기고 재학 시절 다리를 쓰지 못하는 친구를 2년간 업어서 등하교시킨 개인사에 더해 6·25전쟁 참전용사인 부친 등 보수 진영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강점으로 꼽힌다.
최 원장이 감사원장 임기를 약 7개월 남기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일인 29일 전후 직을 사퇴할 경우 국민의힘 입당을 머뭇거리는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 시도로도 비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보수진영을 향한 적폐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에 대해 당내 일부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비해 최 원장에 대한 당내 호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중립성 훼손” 견제 나선 여권
다만 최 원장이 독립성이 중시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도전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5일 MBC라디오에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자리가 임기제인 이유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마 같은 정치적 행위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은 조직에 마이너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당 밖 대선 후보와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에서 최 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지만, 최 원장이나 윤 전 총장 모두 여권이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