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연기 불가’ 날개 단 이재명…與 대세론 굳히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26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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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연기 따른 불확실성 제거…'대세론 뒤엎기' 여지 차단
내주 출마선언 계기로 '박스권' 지지율 반등 모멘텀 기대
경선 일정 논란으로 더욱 심화된 친문계 반감 극복은 과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차기 대선후보를 예정대로 오는 9월 초에 선출키로 함에 따라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세론’을 굳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대선 180일 전 경선’ 일정 유지를 관철시킴으로써 지난 5월 초 친문 진영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공식 제기된 이후 50여일 간 끌어온 ‘룰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 지사로서는 경선 일정을 둘러싼 당내 압박을 털고 오롯이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할 토대를 조성하게 된 셈이다.

이 지사 측 박홍근 의원은 25일 당 최고위원회의 경선 일정 결정 뒤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은 자제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라며 “각 후보는 국민과 지지자들께 대한민국의 희망을 선사하는 미래비전을 놓고 생산적인 경쟁의 장을 당당하게 펼쳐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당초 예정됐던 9월 초 경선이 치러짐에 따라 여권 1위 대선주자라는 입지에 영향을 줄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됐다.

경선 연기파는 그동안 코로나19 상황과 흥행 부진, 야당의 컨벤션 효과 견제 등을 이유로 들어 대선 180일 전이 아닌 120일 전 경선을 주장해 왔다.

하루 앞도 장담하기 어려운 정치의 속성상 선거에서 두 달이란 시간은 여권 지지율 1위라는 입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긴 시간이다. 이 지사 측이 경선 일정을 예정대로 치를 것을 주장해 왔던 이유다.

이 지사 측은 대선 길목의 1차 관문이었던 경선 일정 논란이 해소된 만큼 대권행보에 가속도가 낼 태세다.

민주당이 오는 28~30일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를 받기로 함에 따라 이 지사도 이 기간 공식 출마선언을 검토 중이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적으로 후보 등록시 출마선언을 하기로 했었는데 후보 등록일이 미뤄진 측면이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음주 출마선언으로 시기와 내용, 준비 사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출마 선언을 하고 나면 다음달 2일 경기도와 전남도 간 상생발전 공동합의문 체결식을 위해 전남도청을 찾은 뒤 3일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보다 부족한 지지율을 만회할 시간을 벌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을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의 공식 출마선언을 계기로 최근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 지사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지지율이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수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10%포인트 안팎으로 밀리며 20%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2014명을 대상으로 한 6월 4주차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이 지사는 22.8%의 지지율로 윤 전 총장(32.3%)과 9.5%포인트 격차가 났다.

이와 관련해 윤 전 검찰총장과 같은 날인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야권의 1위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과 같은 날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맞불을 놓자는 것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먼저 출마선언일을 밝힌 상황에서 이 지사가 날짜를 따라가는 것은 역효과가 크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여야의 1위 대선 주자들이 같은 날 출마선언을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도 맞지 않고 윤 전 총장이 주목받지 못하게 덮어씌운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며 “출마선언일부터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면 좋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에서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통해 차기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여권 주류 친문계의 반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친문 지지층의 공격 대상이 됐고 출당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후 친문과 거리 좁히기 행보를 통해 반감을 줄여 왔지만 지도부의 이번 경선 연기 불가 결정으로 친문 강성 당원들의 ‘반(反)이재명’ 정서는 더욱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선 일정 현행 유지 결정 후 친문 지지층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언제부터 민주당이 이재명을 위한 정당이 됐느냐”, “이재명을 뽑느니 차라리 국민의힘을 뽑겠다” 등 날선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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