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기표 검증때 부동산 내역 파악하고도 임명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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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의혹 金 사의… 사실상 경질
靑 부실 인사검증 비판론 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사진)을 사실상 경질했다. 전날 경기 광주시 송정지구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1년 전 인근의 송정동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김 비서관이 “투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김 비서관의 재산 문제를 상당수 파악했음에도 3월 말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며 “김 비서관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도 “추가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 불완전한 청와대 검증 시스템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靑, LH투기 사태 와중 ‘54억 빚투’ 김기표 발탁… 부실검증 또 도마에
金 땅 매입후 인근 지역 개발 승인… 3개 필지중 1361m² 땅 신고도 안해
총 91억원 부동산은 부채만 54억
인사수석 책임론에 靑 “시스템문제”
송영길 “靑 인사검증 너무 안일했다”… 野 “부실검증 반성없이 꼬리 자르기”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실상 경질된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59(1361㎡) 땅. 청와대는 이 필지에 있는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관보에 신고됐다고 했다. 관보에 “상가(공실)”로 올라 있었지만 본보가 찾은 현지에는 컨테이너 건물만 있었다. 광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실상 경질된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
이 나온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59(1361㎡) 땅. 청와대는 이 필지에 있는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관보에 신고됐다고 했다. 관보에 “상가(공실)”로 올라 있었지만 본보가 찾은 현지에는 컨테이너 건물만 있었다. 광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전자관보에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에 따르면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맹지(盲地)’인 임야 2필지(1578m²·4907만 원)를 신고했다. 김 비서관이 2017년 6월 이 땅을 사들인 뒤 1년여 만인 2018년 8월 경기도가 이 땅 부근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하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김 비서관이 2019년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 변경을 한 다른 토지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비서관이 신고한 임야 2필지는 송정동 413-166(1448m²)과 413-167(130m²)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 땅과 붙어 있는 대지 413-159(1361m²)도 소유하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필지에 있는 근린생활시설로 관보에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김 비서관은 근린생활시설이 “상가(공실)”라고 신고했지만 본보가 현장을 찾았을 때 컨테이너 건물밖에 없었다. 김 비서관은 26일 청와대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토지 취득 당시 개발 행위가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 개발제한 조례는 2019년에야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김 비서관은 신고한 부동산 91억2623만 원 가운데 부채가 54억6441만 원에 달해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 인사 검증 때 확인, 문제 되자 뒤늦게 경질

주말 사이 민심이 싸늘해지자 청와대는 27일 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시킬 수 없다면 경질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전날 청와대에 김 비서관에 대한 신속한 거취 정리를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 임명 때만 해도 “문제가 없다”던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내로남불’이 다시 불거지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 검찰 ‘특수통’ 출신인 김 비서관은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돼 옷을 벗게 됐다.

하지만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할 반부패비서관이 논란이 됐는데도 “검증의 한계”라고 발뺌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사 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김 비서관도 취득 부동산에 대해 향후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고 했다.

김 비서관 임명 20일 전인 3월 11일 청와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으로 비서관급 이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검증을 강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검증을 거쳐 언론 검증이 시작되고 청문회를 통해 국회 검증도 시작된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 모두 검증의 기간”이라는 논리도 폈다. 김외숙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책임론에 대해서도 “개인의 책임보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며 선을 그었다. 송영길 대표는 연합뉴스TV에 “청와대가 너무 안일하게 인사 검증을 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 野 “검증 부실 반성보다 꼬리 자르기”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부실 검증에 대한 반성, 개선보다 당장 여론 악화를 모면하려는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 한다. 김 비서관 사퇴로 끝나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투기 의혹 대상자에게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할 업무를 맡겼으니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고 했다.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부동산 투기 의혹#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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