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퇴 때도 1시간 만에 "文대통령이 수용" 입장
崔사의에는 靑 "절차대로" 원론적 이야기만 밝혀
대선 1년 채 안 남아…'사의는 곧 대권 출마' 확실시
靑 "고위공직자 곧바로 대권行 부적절하다는 뜻"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통상 사의 수용 여부를 밝혀온 과거와 다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침묵’을 불쾌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원장이 대선으로 직행하는 듯한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출근길에서 마련된 일종의 ‘사퇴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에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말에 최 원장은 “(사의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표 수리는 절차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사실상 ‘사의 수용’이란 뜻으로 해석되는데, 문 대통령의 관련 입장은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통상 청와대는 해당 인사가 사의를 표명하면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했다”는 입장 발표를 해왔다. 가장 최근 지난 6월4일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문 대통령은 2시간여 만에 “이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찬가지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청와대는 1시간여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윤 총장은 임기를 4개월 남긴 상황에서 사실상 범야권 후보로 대권 도전을 위해 사퇴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청와대가 15자 정도의 짧은 입장문으로 불쾌감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 원장도 윤 전 총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임기를 6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야권 후보로 대권 도전을 위해 사퇴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사퇴한 3개월 전과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금은 시기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국회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3월 사의를 표했지만, 최 원장은 대권 경쟁에 막이 오른 시점에 자리를 떠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이 더 ‘노골적’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내는 게 부적절하단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도 “윤 총장 때는 사퇴 후 곧바로 대선출마로 이어지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최 원장과 윤 총장의 사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시와 달리 즉각 최 원장의 사의 수용을 밝히지 않은 데에는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사퇴 후 바로 대권주자로 옮겨가는 것이 올바른 사례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지금의 흐름에서 사표를 반려할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나서서 사의 수용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원장이 이날 유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구두로 사의를 밝힌 데 따라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제출된 면직안을 문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다. 오는 29일 최 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퇴 후 대권 도전’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공식적인 사표 수리는 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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