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45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한 다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잠시 넘어갔습니다. 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의 만남에 합류했습니다. 남북미 정상은 함께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으로 입장했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동시에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딱 2년이 지난 오늘(30일) 바로 이곳 판문점에서 통일부가 주최한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본 이곳은 평온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넘어갔던 남북군사분계선의 둔턱도 그대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걸었던 파란색의 ‘도보다리’도 그날의 느낌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견학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북한 병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남북, 북미관계 모두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의 중지’를 담은 내용을 발표하며 판문점선언의 성과물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습니다. 3개월 뒤엔 서해상에서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으로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 사건도 일으켰습니다.
북한 대외용 월간지 ‘조선’은 6월호에 ‘세계 외교사에 남긴 6월의 화폭들’이라는 제목의 기념편집 화보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중국 정상과 만나는 장면을 14면에 걸쳐 다양하게 공개한 반면 문 대통령과 관련된 회동은 싣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앞서 출간한 외교 화보집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은 제외했습니다. 특히 판문점 회동의 경우 문 대통령이 등장하는 부분을 편집해 북미 두 정상만 만난 것처럼 사진을 실은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대화가 꽉 막혀 가시적인 비핵화 협상 진전은 없지만 북한의 문을 두드리며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상호 신뢰’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수단으로 ‘백신 외교’를 꼽았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속 유래 없는 봉쇄를 하고 있는 북한에 백신 지원을 새로운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롭게 오갔던 판문점 군사분계선. 5cm의 콘크리트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은 아직도 갈라져 있습니다. 현재 판문점 견학은 남측 지역에서만 가능합니다. 판문점만큼은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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