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에 뚫렸나…김정은 “방역관련 중대사건 발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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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정치국 핵심 간부들 문책 해임

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무 태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핵심 간부들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특히 이를 이유로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핵심 간부들을 대거 경질하는 등 문책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심각해진 식량난에 대처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거나 코로나19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겨 확진자가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엄중한 후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국가 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 방역전의 장기화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물질적·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우기로 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1월) 당 대회와 (이달) 전원회의에서 토의·결정한 중요 과업 관철에 제동을 거는 중요 인자는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다. 경제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며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역 부실의 책임을 물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일부와 당 비서를 해임시키고 간부들을 새로 임명했다.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5인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상무위원 가운데 군 서열 1위인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방역 관련 지시를 불이행해 해임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은, 방역 내세워 대대적 숙청… 軍서열 1위 리병철 해임된듯
“방역 중대사건 발생” 문책 물갈이

접경지역서 코로나 확진 가능성…식량난에 주민 불만 폭발했을수도
상무위원은 6개월만에 교체…경제 총책임 김덕훈 경질說
2인자 김여정 전면 나설수도


고개숙인 리병철, 노려보는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이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군 서열 1위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앞줄 하얀 원)을 노려보는 모습이 잡혔다.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최상건 당 비서(뒷줄 왼쪽) 자리도 비어 있다. 두 사람을 포함해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로 경질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 캡처
고개숙인 리병철, 노려보는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달 2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이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군 서열 1위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앞줄 하얀 원)을 노려보는 모습이 잡혔다.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최상건 당 비서(뒷줄 왼쪽) 자리도 비어 있다. 두 사람을 포함해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로 경질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 상무위원회를 새로 구성한 지 6개월도 안 된 시점에 상무위원까지 경질했다. 김 위원장이 위기로 느낄 만한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 부실 책임을 물어 상무위원뿐 아니라 당 비서,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까지 대대적으로 물갈이한 만큼 권력 구도 변화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대남·대미 문제를 총괄하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김여정은 이번 회의에서 또 다른 실세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함께 비판 토론에 나섰다.

○ 방역 뚫렸거나 주민 불만 폭발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일부 책임간부의 직무 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책임 간부들이 현 시기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나라의 경제사업, 인민생활 안전에 엄중한 저해를 줬다”고 했다. 책임 간부들의 “직무태만” “무지와 무능력, 무책임”을 수차례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등 강도 높은 통제를 유지하며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북-중 접경 일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정치국 회의는 지난달 15∼18일 당 전원회의가 열린 지 불과 11일 만에 열렸다. 당시 회의에 도당책임비서들과 도인민위원장 등 지방 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관료들이 전원회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대로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은 지난해 7월 개성으로 월북한 탈북민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주장했을 때는 개성 지역을 봉쇄했다. 이번에는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확진자 발생보다는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심각해진 식량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했다. 군부대 식량을 풀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김 위원장이 숙청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 회의서 고개 숙인 군 서열 1위 경질 가능성


이에 따라 경질된 상무위원이 군 서열 1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리병철, 김덕훈 내각총리 5명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리병철은 회의 의결 장면에서 다른 정치국 간부들과 달리 손을 들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사진에는 의결 장면에서 리병철이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아래로 깔고 김 위원장이 이를 노려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치국 위원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도 의결 때 손을 들지 않았고 보건 분야를 담당하는 최상건 당 비서는 회의 주석단에 등장하지 않았다. 두 사람도 경질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번 사건이 경제건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지적한 만큼 김덕훈이 경질됐을 수도 있다. 최측근인 조용원의 해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조용원은 이날 비판 토론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코로나19#방역#간부들 문책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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