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대선판에도 부는 국회의원 ‘0선’ 바람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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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내년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지난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원외 0선’의 후보가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 속에 전·현직 의원들을 누르고 대표에 선출된 것이다.

이처럼 ‘이준석 신드롬’이 한 달째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대선 초기 정국도 과거 정치 문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의도에서 정치 경험을 쌓지 않았던 ‘0선’ 대선 주자들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0선 대통령이 나온 경우는 없었다. 국회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의정활동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경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경력이 없어도 존재감을 나타내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모두 0선이다. 또한 최근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지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2008년 총선 출마했지만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고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선출직 공직자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출사표를 던진 윤 전 총장도 검사로 활동했고, 최 전 원장은 판사로 대부분 경력을 쌓았다. 김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사령탑을 지낸 정통 관료출신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 작용
이들이 전·현직 국회의원 등 ‘직업 정치인’들보다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권을 이제는 혁신해야 한다는 국민의 반기득권 정서가 반영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투영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가 정부와 맞서는 뚝심을 보여주면서 정권교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0선 대선 주자들의 향후 대선 행보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지사는 경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풍부한 비(非)이재명계 대선 주자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고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얻었던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입당 이후 정치 기반이 탄탄한 기존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의 표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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