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충남 예산 출신 국가 영웅인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데 이어 30일 국회 기자실에서 충청 지역 기자들과 만나 “충남의 피가 흐른다”고 강조한 것.
윤 전 총장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충남 논산·공주 출신이라 ‘충청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9일 윤 전 총장 정치 참여 데뷔전을 지지하러 간 국민의힘 의원 25명 가운데 정진석·이종배·엄태영 의원도 충청권 출신이다.
충청대망론은 충청인들이 가슴 한 켠에 풀지 못한 숙제와도 같다. 그동안 충청권에선 김종필 전 총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충천 출신 유력 정치인이 등장할 때마다 충청대망론이 회자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윤 전 총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 ‘호남 구애’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부터 지역 현장 방문을 시작하면서 첫 출발지로 광주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광주를 방문해 5·18 당시 시민군 지도자 역할을 했다가 사형 선고를 받았던 김종배 전 의원을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의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 김 전 의원이 사형수 생활을 할 때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법대를 다니면서 5·18 모의재판에서 검사로 참여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가 강원지역의 사찰로 피신한 일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지난달 16일 5·18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는 “5·18은 41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운을 띄운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보수 진영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호남에서 20%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호남에서 10.5%를 득표,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호남에서 2.5% 득표하는 데 그쳤다.
윤 전 총장의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무소속’ 정치인이라는 신분과 검사 시절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눈 소신 있는 그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의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연대한 DJP 연합 당시 충청도에 빚진 전라도가 보답할 때라는 여론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윤 전 총장 지지층 규모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보수 텃밭’인 영남 민심 잡기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 “연세도 있고 또 여자분인 두 전직 대통령의 장기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저 역시 그런 국민들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주요 적폐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이듬해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다스 의혹 수사를 벌여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
검사 시절 본인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전직 대통령에 사면에 대해 ‘정치인 윤석열’로서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서울 출신인 윤 전 총장이 ‘충남피’를 강조하고 영호남에 동시에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역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습”이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외연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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