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코로나 국경봉쇄’ 1년만에 中과 교역 일부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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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중국과 제한적으로 물자 교류를 재개했다. 여전히 국경 폐쇄 상태를 유지한 채 ‘비공식적인’ 교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로 1년 넘게 국경을 봉쇄해왔다. 일각에선 이러한 교역 재개가 11일 북-중 우호협력조약 60주년을 앞두고 양국이 공조체제를 다지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무역 거점 도시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 일부 물자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교류는 육로로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비정기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동 인력은 최소화하고 식량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자가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北, 식량난에 주민들 불만 폭발… 코로나 공포에도 中에 손 내민듯

北, 中과 교역재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를 무릅쓰고 중국과 제한적 교역에 나선 건 결국 그만큼 경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자 일단 국경부터 신속하게 차단했다. 전체 대외 무역의 90%를 상회하는 대중(對中) 교역까지 차단한 ‘봉쇄령’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보릿고개로 불리는 춘궁기까지 최근 거치면서 주민 생활은 더욱 궁핍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쌀 등 가격이 2배 이상 치솟은 생필품이 급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을 이유로 핵심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를 두고 방역 통제 장기화로 식량난이 심각해져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간부들에게 그 책임을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북한은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해 사실상 유일한 우군(友軍)인 중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버티기가 힘에 부치자 물자 조달에 나섰다는 의미다. 다만 코로나19 공포가 여전한 데다 비축한 물자가 남은 만큼 아직은 필수품 중심으로 비정기적으로 최소한의 교역만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경 봉쇄 상태도 일단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북-중의 이러한 교역 재개가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는 일종의 상징적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중국 공산당과 굳게 단결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북-중 친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백신 지원 의지를 표명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에 최근 더욱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존재 역시 양국이 물자 교환 등을 중심으로 밀월 관계를 다지는 데 영향을 끼치는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악화일로에 있는 대미(對美) 관계 속에서 북한을 일종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미국이 북한과 협상판에 다시 앉는다고 가정해 보라”면서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든든한 형님처럼 자리 잡고 있어야 미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역시 중국과 밀착해야 미국 중심의 대북 제재로 고립된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중국과의 밀월 관계를 통해 대북 제재 및 코로나19로 인해 봉착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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