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MZ세대(1980~2000년대생)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쓴맛을 본 탓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년 특임장관직 신설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닷새 뒤 화답하듯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20대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전격 기용했다. 그런데 반응이 별로다. 박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박탈감닷컴’이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박탈감닷컴’ 운영자는 홈페이지에 “대부분 30년 동안 일하고도 1급 공무원이 못 된 채 정년퇴직을 한다”며 “공정이라는 말 더 이상 하지 말라. 매우 역겹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반칙과 특권이 판치며 평범한 개인의 성실한 노력을 비웃는 세상 말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박 비서관의 글을 인용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MZ, 文 실정 직격탄 맞은 세대
송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20대 청년 특임장관을 임명했다면 반발이 더 심했을 테다. 문 대통령도 ‘아차’ 싶었을 것이다. 모양이 빠질 수 있어 무르지도 못하는 청년비서관 인사가 한탄스러울지 모른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해봤자 얼마나 하겠느냐며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중이지만, 분노한 MZ세대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어 답답할 것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MZ세대 표심 잡기에 적극적이다. 박용진 의원이 4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TikTok) 계정에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 춤을 선보인 것이 시작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6월 9일 유튜브 채널에서 곰돌이 티셔츠 차림의 부캐 신인가수 ‘최메기(MEGI)’를 선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6월 14일 부캐 ‘프로게이머 여니’로 변신해 전직 프로게이머 강형우 씨로부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강습을 받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부캐 ‘강(强)세균’을 선보인 것은 물론, 마술사와 카우보이, 힙합 패션으로 변신 한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쇼라도 해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주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이준석 체제 이후 더 활발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MZ세대에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택한 호미가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20대 청년비서관 카드도, 송 대표가 제안한 청년 특임장관 카드도,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선보이고 있는 온갖 쇼맨십도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본질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 정도 해법으로는 MZ세대가 당면한 구조적 악조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MZ세대는 문재인 정부 실정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의 일자리 고갈을 초래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야기된 아파트 가격 급등은 이들을 벼락거지로 내몰았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MZ세대는 소득 최하위 계층으로 떨어졌고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도 일순간 사라졌다.
국민의힘 지금은 잘나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돼 일자리 고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몇 푼 쥐어주는 대응으로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잘해보려다 수렁에 빠진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최근 이준석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국민의힘 사무처에 따르면 5월 12일부터 한 달간 2만3000여 명이 당원으로 새롭게 입당했다. 20대가 4504명, 30대가 3986명이나 된다. 신규 당원 36%가량이 2030 MZ세대인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MZ세대가 정당 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신들의 문제를 더는 기성세대에게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MZ세대는 4·7 재보선 투표에도 적극 동참했다. MZ세대의 정치 참여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MZ세대 당원 증가가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러울 테다.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MZ세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힘과 범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도 청와대와 민주당처럼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다가는 MZ세대로부터 철퇴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MZ세대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들이 가진 ‘분노의 근원’ 말이다. 여야 대선주자를 대부분 포함한 기성세대 정치인은 이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가 부족하다. 당연히 MZ세대의 요구를 파악하는 일도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 됐다. 고차방정식에도 해법은 존재한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정보는 부족하지 않다. 기업은 이미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정치권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MZ세대의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대 갈등이 계층 갈등과 결합해 곳곳에서 불만이 분출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여야 불문하고 정치권이 총체적으로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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