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은 “국민 분열로 이득을 보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이 지사를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자신의 스캔들에 ‘물타기’ 하려는 꼼수”라고 받아쳤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도 이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 역사관을 부정하는 역사관을 갖고 과연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현재 문제점과 미래 기술혁명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날에 이어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국가 최고 공직자로서 나라의 중요한 정책 지휘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갖고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국민 성취에 기생한다” “잘못된 이념에 취했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이 지사에 대해 처음으로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대해 친일세력과의 합작이라고 단정지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친일 논란을 일으켜 대한민국 정부수립 자체를 폄훼하는 시도는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 지사는)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을 하든지, 아니면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 세상,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을 하라”고 가세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대학 시절에 읽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외에 읽은 책이 없는 것인지,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경기지사까지 됐다는 것도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에 “학생운동 경험이 없어 민주당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이 지사가 주변의 운동권 참모들에게 주워들은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각으로 지적 콤플렉스를 탈피해보려다 큰 사고를 쳤다”고 썼다. 1979년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586 운동권’의 역사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공세를 이어나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끼어들기가 윤석열 후보의 스캔들을 물 타기 하려는 꼼수라면 정직해야 할 정치 초년생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의 이 지사 비판에 대해 “윤석열의 콘텐츠 없음이 드러나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장모 사건이 터지고 나니 공안검사 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 다시 탄핵과 태극기로 돌아가는 퇴행적 모습 보이고 있다”고 말혔다.
학계에선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간의 ‘역사 논쟁’이 해묵은 이념 논쟁의 반복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논쟁의 출발 자체가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이고 논쟁으로서의 격을 못 갖췄다”고 양쪽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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