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언급이 뚝 끊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북측이 ‘김여정·리선권’ 담화로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미국은 “우리는 외교에 여전히 열려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일련의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역설적이게도 8월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한 북한의 무력시위가 없을 경우, 올해 하반기에도 북미 소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내치에 집중하면서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중대사건’ 수습에 매진하는 모양새다.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북중 간 우호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오는 11일 ‘북중우호협력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대외적으로 ‘북중혈맹’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한은 지난 22일과 23일 김여정 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성의 잇단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후, 별다른 대미메시지 발신은 자제하고 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 연휴에도 특이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역시 사실상 관망 기조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19~23일 닷새간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조건없는 대화’ ‘북한의 호응을 기다린다’고 한 뒤, 미 국무부는 ‘김여정·리선권’ 담화에 대해 ‘여전히 외교에 열려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추가 메시지 발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원하는 ‘선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와 미국이 요구하는 ‘일단 만나자’는 입장을 두고 서로가 한 발 물러설 의향이 없어 보인다. 지지부진한 북미 대화 교착 국면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평가다.
이에 ‘1차 변수’로 오는 8월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미 연합훈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훈련 연기·규모 축소 가능성이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핵심은 북한은 훈련이 실시되는 것 자체에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에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그는 “3년 전 봄날은 이제 힘들 것”이라고 한국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린 뒤, 미국을 향해서는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9일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8월 한미연합 훈련에도 이 같은 선례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방역 중대사건이라는 ‘변수’ 수습에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총비서가 간부들을 질타하며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일부와 당 비서를 교체까지 단행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내부 다지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북한이 도발 없이 8월을 그냥 넘긴다면, 미국도 상황관리에 일단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행사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만리장성에 머리 깨져 피가 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미국은 미중경쟁 대응에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8월 한미 연합훈련이 하나의 고비가 될 것이다. 북한은 과거부터 정형화된 패턴을 보여왔다”며 “역설적이게도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 전에 뭔가 ‘충돌’이 있을 것이다. ‘부정적 역동’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이러한 변수가 없다면 북미 간 소강국면이 꽤 길어질 수 있다”며 “북한은 중장기적으로 방역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고 그 부분이 안정되지 않는 한 하반기 북미 간 접촉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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