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반(反)이재명 연대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도 맞대응을 삼가던 이 지사 측으로선 당내 경쟁주자가 오랜 기간 논란이 된 배우 김부선씨 문제를 공개적으로 끄집어낸 데 분개한 모습이다. 경선 초반부터 이 지사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당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JTBC와 MBN이 공동 주최한 민주당 예비경선 2차 TV토론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중 도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소위 말하는 스캔들에 대해서 ‘그만합시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굳은 표정으로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박용진 의원을 비롯한 타 주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다른분들도 다 질문할 텐데 한꺼번에 하겠다”고 답하며 보이던 여유를 잃은 모습인 것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너털웃음을 짓다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말씀을 해달라는…”이라며 말끝을 흐렸고, 이 지사는 웃으며 “어떻게 합니까.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한 뒤 기본소득 관련 질의로 넘어갔다.
이 지사의 발언은 지난 2018년 아주대 의료진 검증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당시 김부선씨가 이 지사와의 내연관계를 주장하며 신체 특정 부위의 점을 봤다고 해, 이 지사가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사 사생활 의혹이 공개 토론자리에서 언급된 만큼 이 문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엑스(X)파일’에서 제기된 유흥주점 접객원 근무 의혹을 공개 반박한 것이 결과적으로 쉬쉬하던 문제를 수면위로 끄집어내는 결과를 빚은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총리는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재로 봐선 이 분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느냐”며 “경선이라고 하는 것은 능력이나 도덕성을 제대로 검증해야 되는 책무가 있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당원이나 국민을 대신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주대 의료진 검증으로 해명이 됐다는 이 지사 측 입장에 대해선 “그런 건 나는 자세히 모른다”며 “그러면 그렇다고 국민께 얘기해야지 않나. 저도 자세히 모르는데 국민들도 잘 모르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이어 “성실하게 답변하면 되지 그걸 그렇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저로선 의외였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묻자 “좀 더 진솔하고 겸손한 소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며 “국민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선택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일은 본선에서 있었으면 폭망각”이라며 “그런 모습으로는 대통령의 태도를 가져가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 측은 특히 정 전 총리가 여배우 스캔들 문제를 거론한 것에 격앙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지사가 처음 성남시장에 당선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정 전 총리는 통합민주당 대표로 이 지사에게 공천장을 준 바 있어, 한 때 원만했다고 알려진 양 측의 관계도 대선경선 국면에서 틀어지는 모양새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발끈한 이 지사도 지나쳤고, 더군다나 또 표현도, 대응도 적절치 못했지만 오죽 화가 났으면 그랬겠느냐”며 “딴 사람도 아니고 당내 경선에서 국무총리까지 지내고 점잖다고 소문난 분이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될 거 금도가 있고 도리가 있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입으로는 원팀을 얘기하면서 그게 진짜 품격이 있는 분인가. 참 부끄럽다”며 “정 전 총리가 금기의 물꼬를 튼 것이 아니냐. 이제 야당에서도 막 (스캔들) 얘기가 나올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우려했다.
또다른 이재명계 의원도 뉴시스에 “우리는 이 지사에게 무조건 껴안아야 하니 최대한 포용하고 참고 인내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우리는 저쪽에 공격할 거리가 없겠느냐. 그렇게 남을 죽이고 거꾸러트려서 하는 정치가 뭐가 아름답고 훌륭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캠프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상대 후보를 흔들기 위한 도 넘은 네거티브와 지나친 신상털기는 당원과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두 차례 진행된 방송토론회에서 일부 예비후보자는 도덕성 검증이란 미명 하에 과도한 신상털기와 네거티브만을 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자에 대해 제기한 여러 의혹들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미 해소된 것들”이라며 “민주당답게 치열해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답게 비판에도 배려와 동지애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일단 ‘로키 행보’를 취했지만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이 지사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마녀사냥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경쟁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러려고 토론하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바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관련한 입장을 취재진이 묻자 “앞으로 그런 질문 하지 마시고”라며 “인터넷을 뒤지면 다 나온다.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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