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중사 사망 이후 “척결” 외쳤지만 특별 신고기간 중 성비위 또 터져
軍 내부서도 “성 군기 해이 심각”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한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역 군 장성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사 사망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군은 “성폭력을 척결하겠다”고 나섰지만, 군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6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부서장으로 근무하던 A 준장은 지난달 29일 부서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노래방에서 여성 직원 B 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피해 사실을 국방부에 신고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3일부터 30일까지 ‘성폭력 피해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던 중 또 성 비위가 불거진 것.
조사 과정에서 A 준장은 혐의 사실을 부인했으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성추행 시도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사본부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차원에서 A 준장을 2일 긴급 체포하고 즉각 구속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B 씨의 신고 직후인 지난달 30일 사건 경위를 보고받고 A 준장을 보직해임하면서 격노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고 한다. 현역 장성이 성폭력 가해로 구속 수사를 받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 중사 사망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고 서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잇따라 고개를 숙이는 시기에 정작 현역 장성이 성추행으로 구속되자 국방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군 내부에서조차 “성 군기 해이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폭력 척결” 다짐 다음날, 장군이 성추행… “軍 자정능력 한계”
2018년 7월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다 구속된 뒤 3년 만에 장성이 성추행 가해로 구속 수사를 받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군 수뇌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이후 지난달 3일부터 30일까지 군 내 성폭력 척결 대책의 일환으로 운영된 특별 신고기간에 이번 사건이 발생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관군 합동위 닻 올린 다음 날 또 성추행
A 준장의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군 내 성범죄 근절을 목표로 꾸려진 민관군 합동위원회 출범식에서 “병영 전반의 폐습을 찾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결하겠다”며 성폭력 척결 의지를 밝혔다. 공동 합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 장관은 지난달부터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진행상황과 특별 신고기간에 접수된 성폭력 사건들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역 장성의 구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병영문화 폐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군 내부는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 근절을 진두지휘해야 할 지휘관이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가 됐다는 점에 충격에 휩싸였다. 부실급식부터 이어진 국민적 공분에 대한 군 수뇌부의 해결 의지가 일선 부대 지휘관이나 간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이나 영관급 장교뿐만 아니라 장성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자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또다시 훼손되면서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도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서 장관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저한테 맡겨 달라”며 거부해 왔는데 더는 버틸 명분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 또다시 불거진 국방장관 책임론
군 당국은 6일 A 준장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부실보고, 수사가 드러난 이 중사 사망사건과 달리 A 준장 사건은 절차대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간대별 세부 조치사항까지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성추행이 벌어진 노래방은 유흥업소에 해당하지 않아 내부 방역지침 위반은 아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당국은 특별 신고기간에 접수된 60여 건 가운데 20여 건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성범죄를 찾아내 가해자를 일벌백계한다는 의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성추문이 발생해 직할부대를 직접 지휘하는 서 장관의 책임론도 또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서 장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야권은 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사과하고 서 장관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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