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경쟁자들을 멀리 따돌리고 대대적인 세 결집으로 ‘대세론’을 과시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초반부터 이 지사를 겨냥한 다른 주자들의 공세가 불을 뿜고 있는 것. 여기에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한 이 지사의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표 정책에서 아킬레스건 된 ‘기본소득’
당초 이 지사 측은 압도적인 대세론으로 결선투표 없이 여당 후보 자리를 확정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현역 의원 40여 명이 참여한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성공포럼)’을 출범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국민성장)’ 핵심 멤버들을 흡수하는 등 매머드급 조직을 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선 초반, 이 지사의 대표 정책 브랜드였던 ‘기본소득’이 부메랑이 되어 이 지사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4일 치러진 ‘국민면접’에서 이 지사가 9명의 주자 중 3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이 시작이었다. 막대한 재원 소요 논란 때문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다”고 물러섰고, 다른 주자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박용진 의원은 5일 TV 토론에서 “왜 자꾸 말을 바꾸나. 우리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하는 정치인, 말 바꾸는 정치인, 카멜레온 정치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사죄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순차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기도가 해외 매체에 기본소득 광고를 내는 등 그간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집중적으로 띄웠기 때문에 후유증도 큰 것”이라고 했다.
○ ‘바지’ 발언에 與 내부에서도 “폭망각”
5일 TV 토론에서의 ‘바지’ 발언은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품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질문에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응수했다.
한 여당 의원은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준비한 발언이어도 문제이고, 즉흥적으로 나온 답변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경쟁 주자들은 “후보로서의 자격과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본선에서 그랬으면 ‘폭망각(폭삭 망한다는 의미)’”이라고 했다.
야권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대로 인용하기도 부끄럽다”며 “가히 ‘성추행 전문당’이라는 저잣거리의 비아냥거림이 무색할 만큼 민망한 일이고 저급한 막장 토론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영남 역차별’ 발언도 격렬한 논란을 불렀던 터라 파장은 더 컸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정책과 관련한 건강한 논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각종 문제적 발언은 이 지사가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이재명 “백신이 너무 과해 병 걸리겠다”
‘바지’ 발언과 관련해 이 지사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여배우 스캔들 관련) 그런 질문을 하지 말고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라”고 했다. 이미 2018년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해소된 문제를 왜 다시 들추느냐는 불만이다. 이 지사는 또 여권 주자들의 집중 공세에 대해 “내성을 기르는 백신을 맞는 측면에서 (토론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백신이 너무 과해서 진짜 병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동네북 인생, 더 채우고 더 노력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비틀거릴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저기 참 많이 두들겨 맞는 것 같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때때로 여전히 아프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 캠프 역시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서로 골도 깊어지고 상처만 깊어지며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 주변에서는 “캠프가 단기간에 커지면서 경선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지사 측은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책 발표 릴레이를 통해 다시 독주의 시동을 걸 계획이다. 이 지사는 7일 ‘정책 언팩쇼’에서도 주요 정책을 강조할 예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외부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페이스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등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을 바탕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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