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의 과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주춤했던 언론 관련 입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도다.
7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전날(6일)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13개를 기습 상정했고, 아직 상정되지 않은 3건의 개정안도 취합해 단일안을 검토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미디어특별위원회(TF)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의 발의안과 박광온 의원의 발의안, 그리고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발의안 등을 토대로 단일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관련해 피해 및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 중이다. 김 의원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을 토대로 민주당은 최저 기준을 없애는 대신 최대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정정보도 기준도 법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신문의 경우 1면에 정정보도를 싣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 내용을 개정안에 담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구성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가 발의한 법안에는 현행법상 40명 이상, 90명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언론중재위원 수를 “60명 이상 120명 이하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언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으로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죄 처벌이 가능한 국내 법체계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언론 자유의 침해”라고 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기사가 어떤 기사인지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도 없이 불명확하게 도입하려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언론의 공적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 등에 대해 “언론의 정당한 보도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의 남발을 부추기는 독소조항”이라며 “이렇게 허술한 법령을 7월 중에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과속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열리는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논의를 시도할 것”이라며 “언론 관련 6개법 가운데 언론중재법만큼은 7월에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며 “입법독재 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를 단념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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