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가 국민의힘으로 가서 대통령 돼불믄 안된디.” “윤석열이가 되까? 장모랑 아내랑 문제도 많은 것 같은디.”
7일 오후 7시쯤 광주 상무지구 한 선술집. 50대 시민 4명이 식사 겸 반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화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내년 대선. 광주전남 민심을 한 번에 정리하는 듯한 얘깃거리가 흘러나온다. 기자가 양해를 구하고 끼어들어 물었다.
광산구 첨단지구에 산다는 박모씨(52)는 호남 출신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호남 출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 한 분 뿐”이라며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이 지났으니 이낙연 전 대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또 다른 박모씨(53)도 거들었다. 서구 풍암동에서 산다는 그는 “이낙연 전 대표도 좋고, 정세균 전 총리도 괜찮다”며 “아무래도 호남에서 인물 한 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광주전남 판세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선 9명의 대선 후보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일부 기초단체장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추격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일행 김모씨(51)가 말을 이어 받았다. 그는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정권을 두 번 넘겨주고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며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정권 재창출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돼야 가장 추진력 있게 일을 잘 할 것”이라며 “현재 윤석열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일행 이모씨(52)도 “윤석열이 뜨고 있는데, 나중에는 국민의힘으로 갈 것 같다. 국민의힘으로 가서 정권을 내주면 안 된다”며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의 최우선 가치는 ‘정권 재창출’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날 낮 서구 풍암지구에서 만난 40대 유모씨(48)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한다고 했다.
유씨는 “윤석열은 검사 외에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해본 경험이 전무하다”며 “행정이며 외교, 경제를 제대로 알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행정으로, 실천으로 정치를 보여준 이재명 지사가 돼야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은 크지만, 정권재창출을 위해 ‘전략적 투표’를 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도가 조금 더 우세해 보이지만 60대 이상에서는 ‘거부감’도 있어 보였다.
광산구에서 만난 김모씨(69)는 “이재명은 형수한테 막말하고 허물이 많아 보인다”며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나이든 세대 입장에서는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광주전남 분위기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적임자로 보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다”며 “초반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하는 흐름이 있다가 최근에는 이재명 쪽으로 확 휩쓸린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전남은 가능하면 호남 출신 대선후보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만, 야당을 물리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을 더 우위에 놓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이 전 대표보다는 이 지사에게 더 쏠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에 비해 상승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르게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호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이 반영됐다”면서 “내년 대선은 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 보다는 현 정부가 고용부분과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한다는 시민들도 일부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만난 김모씨(49)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너무 심각하다”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국민의당을 지지했다는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소신있는 행동을 한 윤석열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호남을 텃밭으로 아는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정권교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구 치평동에서 만난 박모씨(49·여)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민생당 당원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가지 못한 국민의당 안철수 지지자나 민생당 등 야권에 적을 둔 이들은 ‘반 문재인’을 외치며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호남 유권자들도 현재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50% 이상 응답자들이 일관되게 정권 교체를 원하는 반면, 정권 재창출은 30% 겨우 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호남이 정권 교체 요구 평균을 좀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 고민스러운 때가 됐다. 계속 고립된 섬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 호남도 주식 투자에서 이야기하듯이 계란을 바구니에 나눠서 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런 의식들이 여론조사를 통해서 표현이 되고 있다. 특히 20~30대와 60대 이상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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