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참여 선언 다음날 부친상
崔 “소신껏 하라는게 마지막 육성”…윤석열 “존경받는 분 조문은 당연”
두 주자, 정치참여 밝힌 뒤 첫 만남
崔부친 최영섭 대령 ‘6·25 영웅’…文대통령 조화, 유영민 빈소 찾아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부친께서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며 대선 도전 의지를 명확히 했다. 최 전 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사진)은 “재형이를 위해 응원하는 글을 써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에 임종 직전 연필을 잡고 ‘대한민국(大韓民國)을 밝혀라’라고 쓴 글을 최 전 원장에게 남겼다고 한다. 6·25전쟁 영웅인 부친 최 대령은 이날 오전 1시 20분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 “崔, 정치 참여 계기는 부친의 조언”
전날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던 최 전 원장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감사원장 사퇴 뒤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아버지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느냐”는 질문에 최 전 원장은 “‘소신껏 하라’는 게 아버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육성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 대령은 다른 가족들에게도 “인화, 화목하게 잘 살아라”라는 글과 함께 “대한민국 해군 만세”라는 글도 남겼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부친의 유훈이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층에게 울림을 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정치 참여를 결심한 배경 등 질문이 쏟아지자 “아버님이 떠나시고 처음 모시는 시간이라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다. 앞으로 제가 나갈 길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러겠다(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전 원장은 이달 중 대선 출마 선언을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 주변에선 “아버지는 최 전 원장에게 산(山) 같은 존재”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최 전 원장 측근들은 최 전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감사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때나 최근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전격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부친의 조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 전 원장과 가까운 한 지인은 “부친이 정치 참여를 반대한 게 아니라 최근 나라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이라며 “최 전 원장은 ‘걱정하시지 말라’며 부친을 안심시켜 드리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빈소에서 마주한 崔-尹
최 전 원장 부친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날 빈소를 찾아 최 전 원장을 위로했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뒤 만난 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조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이) 정치를 하시고 안 하시고와 관계없이 존경받는 감사원장이셨다”면서 “작고하신 어르신이 6·25 때 나라를 지킨,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분이라 당연히 와야 할 자리”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최근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각종 검증이 시작되자 대안 주자로 최 전 원장 카드가 거론되기도 해 양측의 첫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조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야당 지도부도 모두 빈소를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권성동 윤한홍 유상범 의원(선수순) 등도 조문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주로 야권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직접 조문했다. 유 실장은 “대통령께서 최 전 원장과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라 하셨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공훈장을 받으셨기 때문에 조화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조문했다. 최 대령은 6·25전쟁 때 대한해협 해전에서 해군의 첫 승전을 이끌었고, 인천상륙작전, 대청도·소청도 탈환 작전 등 주요 전투에서도 공을 세워 무공훈장 3개를 포함해 총 6개의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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