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반대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국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한미의 동향을 살피며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메아리’는 12일 자 보도에서 8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반대 목소리는 내는 남한의 민간단체들의 동향을 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과 미국의 합동 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라며 남측 민간단체들이 지난주에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벌인 집회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다.
통일의 메아리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발표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논평의 내용을 언급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체제전복, 점령을 모표로 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과거 남한의 한 회사가 추석선물로 ‘생존 키트’를 사원들에게 배포한 것을 상기하며 “8월에 그런 풍경이 또 펼쳐질지 누가 알겠느냐”라는 식의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메아리는 당시 추석선물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위기가 고조되던 때 배포됐던 것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조선반도 정세가 고조됐던 때”라고 의도적으로 꾸며 언급했다.
북한의 이 같은 선전전은 한미 연합훈련 때가 다가오면 반복되는 일이다. 연합훈련을 ‘북침 훈련’으로 규정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한미 연합훈련 당시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의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라며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교류협력 기구인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없애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다가오는 이번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은 아직 ‘당국’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선전매체를 통해 여론몰이를 하며 여전히 관련 입장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북한의 입장은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조금 더 명확히 엿볼 수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 9일 ‘조선에 대한 군사적 도발의 중단을 요구하는 여론의 배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기를 이어 감행된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조선(북한)의 원칙적 입장을 일관하다”라고 밝혔다.
신보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북한이 ‘동족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인내심을 발휘해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었으나 3월 한미 연합훈련 강행으로 한미가 북한의 인내심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밝힌 것이 일관되게 관철되고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이 미국이 추진하는 외교가 대북 적대행위에 기반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행보라고 비난했다.
신보는 “조선은 눈앞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근시안적 외교적 접근법에 인연(관심)이 없다”라며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하겠다는 대외정치활동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는 아직 8월 한미 연합훈련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4차 대유행을 맞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합훈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북한 역시 아직 당국 차원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긴장’의 수준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드러낸 기조에 따라 연합훈련 ‘중단’을 관철하기 위한 행보의 수위를 점차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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