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갈팡질팡…野 “합의 자체가 없어” 與 “국정이 장난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18시 17분


코멘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을 두고 13일 정치권에선 온종일 혼선이 이어졌다. 여당은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경 증액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야권에선 이 대표를 향해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야당 대표가 동조한 것”이란 비판이 이어지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지원할 핵심 정책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 宋-李 합의 무산…‘도돌이표’ 추경 협상
민주당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20%에게 지급하려던 ‘신용카드 캐시백’을 추경안에서 제외하고 소상공인 보상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여당 일각에선 “추가 세수 확보 여력이 있다”며 추경 증액을 추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까지 확대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당 대표의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40%도 아니고, 80% 지원할 바에야 선별 논란이 많기 때문에 100% 지원이 맞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했다”며 이 대표가 먼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 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이냐”고 비판했다.

● 야권 인사들도 맹비난, 코너 몰린 이준석
야권 내부의 비판도 거셌다.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집중지원 돼야 한다는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대선주자 윤희숙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들(여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이 대표가) 동조한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맹비난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부터 방역이 강화돼 저와 송 대표가 식사하고, 저희가 얘기한 내용을 정리해서 옆방에서 식사하던 대변인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면서 “논의 과정에서 있던 고민이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추경) 총액을 늘리자는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을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을 동시 지급하기 위해 정부안 기준 33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증액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도 열어 “최종 결정 창구는 원내지도부”라고 물러서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손실보상 이후 재난지원금)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국채로 추가로 발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원내지도부는 여당과 정부의 충돌을 관망하며 ‘전국민 돈 뿌리기’ 보다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자는 기조로 협상해왔다”면서 “정부와 여당을 동시에 상대하며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야하는 사안에서 ‘0선 원외 대표’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