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2일 진보 성향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고 윤 전 총장 측이 14일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진 당시 만남은 2시간 45분가량 이어졌다.
윤 전 총장과 진보 인사의 만남이 알려진 건 지난 9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 만남이 예정돼 있었으나 언론에 알려지면서 불발됐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문재인 정부 ‘개혁 열풍’을 비판하고 대통령 권력 분산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최 교수는 “지금은 개헌 타이밍이 아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 이후 정부와 민주당의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일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했다”며 “개혁 열풍이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진보 정치가들을 거의 입만 열면 개혁을 주창하게 만드는 ‘개혁꾼’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改惡)’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또 대통령 권력의 초집중화 현상을 지적하면서 보수정당의 새로운 비전·이념·가치를 주문했다.
다만 최 교수는 “일각에선 개헌 문제를 제기하는데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집중화된 대통령 권력을 하향·분산하는 개선책을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찾아야 한다. 헌법 86·87·88조에 있는 총리의 위상·역할만 제대로 구현·활용해도 대통령 권한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교수님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최 교수가 현시대 정치 지도자의 자세로 ‘사회적 갈등 완화’를 꼽자 윤 전 총장은 “적극 동감한다”며 “지금의 심각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완화·해결하는 게 리더십의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 선언 당시 강조했던 ‘자유민주주의’에 관한 논의도 오갔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승자와 사회적 상층 집단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자유민주국가에선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한 삶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며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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