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경선을 끝낸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거나 날선 단어를 주고받으며 경선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도덕성과 가족에 의혹을 제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옵티머스 사건’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고, 추 전 법무부 장관도 ‘0점짜리 당대표’라며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적통’을 두고 얼굴을 붉혔다.
이 지사는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진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냐”며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문제없는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의 인터뷰,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고 이 지사를 공격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 지사는 ‘옵티머스 때 그분(이 전 대표)의 측근이 금품수수에 연루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냐’는 질문에 “전남지사 경선 때 당원 명부에 가짜 당원을 만들어 시정을 받은 분이자 핵심 측근”이라며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먼저 소명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우리 가족들을 걸고넘어지니까 좀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그간 선두주자로서 ‘원팀’을 강조하며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이 지사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부쩍 상승하자 공세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다 감수하고 참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런데 주먹으로 맞는 건 다 단련돼 있는데 갑자기 발로 차니까. 원래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사이다가 쏘는 맛이 있지 않냐. 쏘는 게 아픈 사람들도 있다. 쏘는 맛은 조금 줄이겠다”고 말했다.
예비경선 TV토론에서 ‘명추연대’로 눈길을 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전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뉴시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국무총리 시절은 대단히 안정감을 갖고 하셨다”면서도 “그러나 당대표로서는 점수를 드린다면 0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 전 장관은 “권리당원이 다 떠나갔다. 저는 100만 당원 시대를 열겠다고 해서 재임 시절 52만명이 증가, 72만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있었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에도 5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그런데 이 전 대표 시절 권리당원 10만명이 떠나갔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대표가 지난 2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입법 발의를 약속한 데 대해 “검찰개혁특위에 맡겨놓고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당 대표가 그런 약속을 했으면 추진력 있게 해야지 책임회피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덕성 우위를 자부하면서 검증에 자신감을 나타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 적통론’으로 박용진 의원에게 화살을 맞았다. 정 전 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후보도 정통성을 강조하는데 비교되는 강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의) 적통, 적자는 이광재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도 훌륭하지만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이광재와 정세균”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때아닌 ‘혈통’ 논쟁이라니 부끄럽다”며 “이런 논쟁이 또 다른 편가르기, 계파논쟁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력과 헌신성이 아니라 ‘너 어느 대학 출신이야?’, ‘너희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이냐?’ 출신과 배경을 묻는 사회가 우리 청년들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정 전 총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정세균 캠프 경민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사자가 쓰지도 않은 ‘혈통논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비난하는 박용진 후보의 태도는 젊고 새로운 정치답지 않다. 정체성을 혈통으로 왜곡해 비난하는 꼼수 공격, 이런 게 구태정치”라고 맞불을 놨다.
또 “민주당 정체성에 누가 더 부합해왔는가를 자부하는 것은 당연한 경쟁력이고,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자연스레 판단하실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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