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야권 대선 지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밖 주요 대선 주자의 입당은 이번이 처음으로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진 후 현재까지 입당과는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출신인 두 사람은 한때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등에 대해 같은 입장이었지만 현실 정치에선 첫발부터 다른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5일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외교·안보, 기후변화 등의 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윤 전 총장에게 “한미 간 확고한 안보동맹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3월 4일에 사퇴해 117일 만에 정치 참여를 선언한 윤 전 총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을 연달아 만나며 중도·진보 지지층까지 끌어안겠다는 ‘빅 플레이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17일엔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호남 행보에도 나선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표를 쫓기 전에 생존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 지원책을 대폭 확대하기 바란다.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 손실 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지지율 수준이나 지지 기반이 완전히 다른 최재형과 윤석열의 길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기반으로 축적된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홀로 맞서며 쌓인 것”이며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진보 성향의 반문재인 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제3지대에서 충분한 지지 기반을 다지지 않고 입당할 경우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내 후보들의 조직력에 밀리거나, ‘보수 후보’ 프레임에 갇혀 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문제는 뚜렷한 가치 설정 없이 민심 행보를 이어가면서 중도·진보 지지층은 물론이고 보수 진영의 지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캠프를 구성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언론과 여당의 각종 검증 공세를 정당의 지원 없이 홀로 견디는 사이 지지율은 리얼미터 정례 조사에서 4개월 만에 20%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 지지율 변화에 대해 “하락할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느냐”란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반된 기류 때문에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입당 압박을 뿌리치고 대선에 임박해 야권 단일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과, “‘국민의힘의 가치’에 동의한다고까지 했으니 경선 시작 전 입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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