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야권 대선 지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밖 주요 대선 주자의 입당은 이번이 처음으로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진 후 현재까지 입당과는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출신인 두 사람은 한때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등에 대해 같은 입장이었지만 현실 정치에선 첫발부터 다른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5일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8일 사퇴 이후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를 만난 직후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정당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전 원장은 곧 국민의힘 인사들과 전방위로 만나며 대선 경선 준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10여 명이 모여 개최한 입당 환영식에서 이 대표 명함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에 인식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당원 가입을 마쳤다. 평당원으로 입당한 최 전 원장은 추구할 정치적 가치에 대해 “새로운 변화와 공존”이라며 “여러 당원 동지들과 함께 힘을 합쳐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나아가 보다 나은 미래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 여부를 밤새 고민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측근들조차 “아침에야 입당 결정을 전해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었다.
경쟁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의식해 입당을 서둘렀느냐는 질문에 “저는 지금까지 다른 분들의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 행보를 결정해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을 강조해 왔던 이 대표는 “당과 최 전 원장이 윈윈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당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야권 대선 주자 중 최 전 원장이 가장 먼저 입당하면서 당내에선 “첫 입당 이벤트를 펼치면서 ‘신상(신상품)’ 효과에 입당 선점 효과까지 최 전 원장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미 대선 캠프를 갖춘 윤 전 총장이나 꾸준히 대국민 행보를 해 온 김 전 부총리와 다른 후발 주자인 최 전 원장이 당의 전국 조직과 원내에 포진한 의원들의 도움으로 전세를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당내 기반이 없는 최 전 원장은 일단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들을 만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빨리 만나 함께 고민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대선 출마 선언일에 대해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출마 선언에는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지향점을 풍부하게 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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