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文 직격 “대통령도 헌법 아래…대통령제 ‘제왕적 운영’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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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6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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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 2021.7.8/뉴스1 © News1
최재형 전 감사원장. 2021.7.8/뉴스1 © News1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하고,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면 메시지를 통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현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대통령도 헌법 아래,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니라 정치와 관련해 정리된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하루 일정을 비우고 자택에 머물며 발표 원고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흔히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전 원장은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이 많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감사원장 재직시 겪은 감사위원 임명 제청 관련 청와대와의 갈등,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불법성 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은 ‘개헌론’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저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전 원장의 제헌절 메시지 전문.

제헌절 메시지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대통령도 헌법 아래,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합니다. 이번 제헌절은 저에게는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헌법조문과 함께 살아온 제가 낯선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정신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지금의 헌법은 지난 87년 당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의 정치권이 합의한 헌법입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돌이켜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흔히들 말합니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 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습니다.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야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는 저의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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