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여가부 실체 알면 더 많은 여성이 폐지 찬성할 것”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7월 18일 10시 14분


“젠더갈등 세력에 본때 보여주겠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밖을 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밖을 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자식이 부모보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데, 미래체념론이 만연하다. 여성가족부(여가부)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국민의힘 하태경(53) 의원이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출마 계기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 세대의 핵심 관심사가 경제와 일자리여야 하는데, 여가부가 갈등을 조장하면서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취직이 어렵고 내 집 마련도 힘들다. 여가부는 청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 계속 갈라치기를 한다. 노벨상 수상자 중 남자가 많은 이유는 심사위원이 남자여서라고 하는 등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괴물 집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6월 15일 국민의힘 현역의원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대표가 된 지 나흘이 된 시점이었다. 하 의원과 이 대표는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보수 혁신을 함께 고민했다. 그렇게 찾은 답 중 하나가 2030세대다. 두 사람의 여가부 폐지 주장 역시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이날 하 의원은 “이 대표가 과거 어느 대표보다 잘하고 있다. 탄핵 이후 처음으로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 민주당을 넘어섰다. 최근 이 대표를 향한 공격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욕먹는 포퓰리스트가 어디 있나”
여가부 개혁이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있나.

“젠더 이슈에 대한 수용 방식에 세대 차이가 크다. 남존여비 문화에서 자란 50대 이상은 여가부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2030세대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니, 이들 입장에선 여가부가 다르게 다가오더라.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부처였다. 경험상 20대 때 인이 박이면 평생 간다. 나 때만 해도 남북 이념대립과 계급대립이 사회 통합을 방해했다. 2030세대의 젠더갈등을 방치하면 사회가 붕괴되겠더라. 과거 이념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대남을 겨냥한 포퓰리즘 행보’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소신이다. 포퓰리즘이라면 해당 이슈가 인기 있을 때만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4년 전부터 계속 말해왔다. 포퓰리즘식 문제 제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 예다. 포퓰리즘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했다 인기가 떨어지니까 자기 대표 브랜드가 아니라며 꼬리 내렸다. 포퓰리스트의 특징은 욕을 덜 먹으려 한다는 거다. 지금도 욕먹으면서 여가부 폐지를 말하고 있다. 욕먹는 포퓰리스트가 어디 있나.”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론 양상은 복잡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7월 9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질문하니 ‘적절하다’는 응답이 48.6%였다. ‘부적절하다’는 39.8%, ‘잘 모르겠다’는 11.6%로 조사됐다. 다만 성별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남성의 경우 59.1%가 여가부 폐지를 찬성했고, 반대는 31.8%였다. 여성의 경우 각각 38.3%, 47.7%로 집계됐다.

이대녀의 국민의힘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다. 여가부 폐지 논쟁으로 이 구도가 고착화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점 때문에 소신을 굽히는 사람이 포퓰리스트다. 소신파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표심만 봤다면 나 역시 조심했을 거다. 여가부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대하다. 미래를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라서 나섰다. 암은 전이되기 전 미리 제거해야 한다.”

하 의원은 이어 “여가부 실체를 알면 더 많은 여성이 폐지에 찬성할 거라고 본다. 아직 표면적 모습만 봐서 여가부가 여성들을 위한 부처인 것으로 오해해 반대하고 있다. 실체와 만행이 알려지면 ‘저런 부처는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젠더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민간의 여가부’ 같은 NGO(비정부기구)는 사회에서 고립되고 지탄받아야 한다.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이 기를 펴고 살지 못하도록 하겠다. 취업 제한도 한 방법이다. ‘일베’(일베저장소) 취업 제한도 하지 않나. 공무원은 공직 윤리가 요구된다. 반사회적 활동을 한 사람들은 공직 취업 제한을 할 수 있다. 워마드(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같은 활동을 했다면 공직 밖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 의원은 ‘남녀공동복무제 및 징모병 혼합제’도 공약했다. 그는 “(현 병역 방식은) 20세기 가부장 사회에서나 가능한 시스템이다.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진정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남녀공동복무제를 채택할 시기가 됐다. 대통령이 되면 징병과 모집병 모두 남녀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 3년 이상 군에서 복무하는 모집병은 초임 기준 250만 원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향한 공격 순수해 보이지 않아”
이준석 대표는 작은 정부론의 일환으로 여가부 폐지를 말했다. 이견은 없나.

“상황에 따라 큰 정부가 필요하기도 하고, 작은 정부가 요구되기도 한다. 지금은 방역 문제 등으로 정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평화로울 때는 시민들의 자발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규제를 줄여야 한다. ‘작은 정부가 항상 옳다’ ‘아니다, 큰 정부가 옳다’는 이야기는 낡은 논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정부 축소가 필요하긴 하다. 여가부의 경우 축소 차원이 아니라 악행의 뿌리를 자르기 위해서라도 없애야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당내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통에 잡음이 있었다. 당대표 본인도 인정했다. 국민의힘 당론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집중하자는 거다. 이 대표의 경우 조건부로 합의했기 때문에 당론을 어긴 건 아니다. 당론을 어긴 것처럼 공격하는 모습도 순수해 보이진 않는다. 당론 부분과 관련해서는 원내지도부도 확인했다.”

당내 대선주자 그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 대표가 국민한테 알리는 과정에서 오해를 유발한 면이 있다. 본인도 사과했다. 다만 당론을 어겼다는 걸 전제로 공격하는 것은 악의적이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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