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 장병들의 피해는 백신 접종 방안을 세우는 데 안일했던 군 지휘부의 실기(失機) 때문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파병 4개월여가 되도록 아프리카 현지에서 ‘노(No) 백신’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먼바다에서 생활하는 함정이라 별일 없을 것’이라는 요행적 대처와 수동적 방역으로 일관하다 장병 300여 명 전원이 임무를 끝내지 못한 채 조기에 긴급 철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앞서 군은 “원해(遠海)에서 지속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응급 대처가 힘들고, 백신 보관을 위한 초저온 냉동고 등이 함정에 갖춰져 있지 않아 청해부대원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면피성 해명’이라는 비판이 많다. 지휘부가 의지를 갖고 결심만 했다면 다양한 방법과 경로로 청해부대원들에게 백신을 전달하거나 현지 접종을 받도록 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 청해부대는 10∼14일가량 해상에서 작전한 뒤 인근 기항지로 들어와 2박 3일∼3박 4일간 군수 적재와 정비를 거쳐 재출항한다.
3월 현지에 도착한 청해부대 34진은 최근까지 최소 7, 8차례 기항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기항 일정에 맞춰 항공편으로 백신을 전달하거나 현지 협조를 받아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을 살피는 등 사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항이나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는 지부티항에 기항을 했다면 조기 접종이 더 수월했을 수도 있다. 아부다비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군 아크부대는 유엔의 협조로 현지에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상태다. 한국에 호의적이고 의료시설도 잘 갖춰진 UAE와 협조해 청해부대원들도 아크부대원들처럼 조기 접종할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군이 주장한 ‘함정 내 백신 보관 제약’ 사유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30세 미만 장병이 접종받는 화이자 백신은 6월부터 완화된 보관 기준을 적용하면 영상 2∼8도에서 최장 31일간 보관할 수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공중급유수송기(KC-330)로 백신을 냉동 또는 냉장 이송했다면 준비작업을 포함해 넉넉잡아 4, 5일 안에 청해부대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집단 감염 사태로 부대원 전원의 긴급 철수작전에 투입되는 대규모 장비 및 인력의 10분의 1 정도 노력만으로도 백신 전달 및 접종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군 내부에서조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군 출신의 한 예비역 인사는 “미군은 파병부대 중 함정 근무자는 최우선으로 백신을 접종했다”며 “이런저런 핑계로 백신 접종보다 기항 후 선내 대기 및 외출 금지 등 수동적 방역만 강조하다 화를 자초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해외 파병부대 우발 사태 지침서’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처 부분이 빠져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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