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 301명중 247명 확진…무엇이 집단감염 사태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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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9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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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2016.8.18/뉴스1 © News1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2016.8.18/뉴스1 © News1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발생한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의 감염증 대응체계가 가진 ‘허점’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대원들이 장기간 파병을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후순위’로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 막게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으로 떠났던 청해부대 제34진 장병 301명 가운데 19일 오전 8시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원은 247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문무대왕함 작전지역 인접국 보건당국의 협조로 부대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PCR)를 실시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Δ부대원 가운데 코로나19로 의심될 수 있는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뒤 벌써 보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점 Δ밀폐된 공간이 많고 환기시설이 하나의 통로로 연결되는 군함 특성상 바이러스 전파가 급속도로 이뤄진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지 보건당국의 PCR에서 음성 반응을 보인 인원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군 당국이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청해부대 장병 전원을 최대한 신속히 국내로 이송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군 당국은 18일 오후 청해부대원 전원 복귀를 위해 방역·의료인력이 탄 공군 수송기 2대를 급파했다. 또 이번 사태로 임무수행이 사실상 중단된 ‘문무대왕함’을 국내로 옮겨오기 위한 해군 병력도 함께 파견됐다.

청해부대 장병 중에서 기침·발열 등 감기 증상자가 처음 나온 건 지난 2일이다. 그러나 당시 이 장병에겐 감기약만 투약됐고, 이후 10일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인원이 40여명으로 늘어난 뒤에야 문무대왕함 내에 비치돼 있던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이용한 간이검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당시 검사에선 40여명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13일 부대원 중 감기 증상자 6명을 추려 인접국 보건기관에 PCR을 의뢰했을 땐 이틀 뒤 나온 검사결과에서 6명 모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사이 감기 증상자 수는 80여명으로 급증했다. 부대원 중엔 폐렴 등의 증세가 악화돼 현지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례도 나왔다.

합참은 문무대왕함 승조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15일 당일 “승조원 중 유증상자를 분류해 함정 내에서 별도로 코호트 격리(집단격리) 중”이라고 밝혔었지만, 이미 다수의 유증상자가 나왔던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군의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군 당국이 청해부대원들에 대한 간이검사 때 이용한 ‘신속항체검사’ 키트는 백신 접종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항체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항체가 형성되기 전까진 ‘음성’ 결과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군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에 반응하는 ‘신속항원검사’를 문무대왕함에 비치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문무대왕함이 출항한 지난 2월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보급되지 않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국방부 제공) 2021.7.18/뉴스1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국방부 제공) 2021.7.18/뉴스1
게다가 보건당국은 문무대왕함 출항(2월8일)에 앞서 장병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했던 데 대해 “당시엔 백신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에서 일반 국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월26일 만 65세 미만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들부터였고, 군에선 3월3일 16개 군병원 의료진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문무대왕함은 이번 코로나19 집단발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군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속에서 5개월간이나 임무를 수행했단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지난달 28일~이달 1일 기항지에서 식료품 등 물자를 옮겨 싣는 과정에서 “문무대왕함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최소한 담당 병력에 대해서만큼은 출항 뒤에라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우리 군에 제공한 존슨앤드존슨(얀센)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영상 2~8도에서 1개월 간 내장 보관이 가능한 데다 다른 제약사 백신과 달리 1회만으로 접종이 끝나는 만큼 “이를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접종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에서 “얀센 백신 역시 질병관리청에서 30세 이상만 접종하도록 연령 제한을 둠에 따라 (청해부대) 전체 인원에 접종할 수 없는 제한사항이 있었다”며 “얀센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경우 별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부 대변인은 “설령 (얀센 백신의) 해외반출이 되더라도 함정 근무특성을 고려할 때 아나필락시스 등 이상반응 대비가 제한되는 점 등을 이유로 접종이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군 당국은 당초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임무수행을 마치고 내달 국내에 복귀하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차제에 해외파병부대의 감염병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 및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원양 임무 확대에 대비해 해군 함정 등 우리 선박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주요 지역 내 ‘거점’을 확보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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