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일 불발됐지만…한일관계 개선, 임기내 기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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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20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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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News1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News1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이 ‘불발’되면서 이를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 했던 우리 정부의 물밑 노력도 일단 ‘없던 일’이 된 듯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일 무산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입장이어서 연내 혹은 그 이후에라도 한일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당초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과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양국관계를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한일 양국은 최근 수년 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일련의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지만, 이와 별개로 Δ2년 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 측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발동과 Δ그에 따른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현재는 유예)를 모두 ‘원상 복구’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적어도 양국 간 갈등이 현 수준 이상으로 악화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리 정부가 작년 하반기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이른바 ‘투트랙’ 대일외교를 모색해온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도 그동안의 물밑 협의과정에서 이 같은 우리 측 제안에 일정부분 동조했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19일 문 대통령의 방일 불발 결정 사실을 알리면서도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눴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물밑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갈등 해소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는가 하면, 자국 언론을 통해선 정상회담 시간 등을 놓고 ‘한국이 구걸하고 있다’는 식의 선전을 반복해왔다. 그 결과 어렵사리 진전을 보였던 양국 간 협의에도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지난 11일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선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성적 표현까지 써가면서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는 우리 정부의 ‘투트랙’ 외교 추동력을 약화시키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소마 대사가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를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에 비유한 데 대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소마 공사의 해당 발언을 계기로 청와대 내부에서도 문 대통령의 이번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에 반대하는 기류가 한층 더 커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문제가 된 소마 공사 발언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해 ‘이례적으로’ 국내 언론에 입장 자료를 돌렸고, 일본 정부도 이날 “(소마 공사가) 외교관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발언을 매우 유감”(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악화된) 국민 정서도 감안해야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소마 공사의 이번 ‘막말’ 파문에 앞서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 17년 연속으로 ‘독도=일본 땅’이란 억지주장을 또 실어 국내 반일감정을 자극했던 상황. 계속 쌓여만 가는 한일 양국관계의 악재 탓에 우리 정부도 더 이상은 대통령 방일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는 9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과 이어질 총선(중의원 선거), 그리고 내년 3월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 등 양국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정상 간 만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임기 내 만남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경우 재선이 불가능한 단임 대통령인 만큼 시간이 갈수록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가 총리는 ‘해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 논란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당 총재 재선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물론 오는 10월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연내 우리나라가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이 대면하는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땐 스가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일본 총리를 맡고 있을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정상 간에 만날 기회가 있길 바란다”며 “이번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이) 좋은 기회라고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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