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전세계 금융기관 노리는 ‘사이버 화적떼’ |
미국 정부는 2월 18일 전세계 은행과 사업체로부터 13억 달러(약 1조4365억원)를 절도한 혐의로 북한의 해커 3명인 김일, 박진혁, 전창혁을 기소했다. 이들은 중국 등에서 활동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7년 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 컴퓨터 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한 ‘워너크라이 (WannaCry) 2.0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에 가담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공격으로 영국의 국민의료보험(NHS) 컴퓨터 체계가 타격을 입었다. 박진혁은 2014년 소니엔터테인먼트 해킹에 가담한 혐의로 이미 2년 전에도 기소됐다. 미국 법무부는 3명이 북한 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박진혁이 북한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다롄 소재 북한 기업 조선엑스포(Chosun Expo)에서 일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 각국 거래처와 온라인 게임과 도박 프로그램 등을 설계했다. 2002년부터 2013년 또는 2014년까지 다롄에서 활동한 ‘디지털 족적’이 발견됐다. FBI가 2월 기소하면서 공개한 박진혁의 사진은 조선엑스포 근무시절 고객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보낸 이메일에서 확보한 것이다. FBI는 박진혁이 낮엔 프로그래머, 밤엔 해커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2020년 사이 해킹으로 3억1640만 달러(약 3796억 원)를 탈취했다. 2019년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2015¤2018년 세계 17개국의 금융기관과 가상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35차례(한국 10차례) 해킹으로 최대 20억 달러(2조4000억 원)를 탈취했다고 공개했다. 2017년 이후 주요 가상화폐거래소가 해킹으로 거액을 탈취당한 사례로는 △빗썸 2017¤2019년 4회에 걸쳐 690억 원 상당 △업비트 2019년 580억 원 상당 △코인게일 2018년 500억 원 상당이다. ▷ 북한 소행 확인 혹은 추정되는 주요 해킹 사건 -스위프트 전산망 해킹 2016년 2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고 있던 1억100만 달러(한화 약 1167억 원)가 해킹으로 도둑맞았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어 스위프트(SWIFT) 시스템 접속 정보를 훔쳐냈다. 스위프트 시스템은 전세계 은행 공동의 전산망으로 해외 송금에 주로 사용된다. 방글라데스 중앙은행 명의로 접속한 해커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은행으로 1억100만 달러를 이체시킨 후 이중 8100만 달러를 빼돌렸다. 조사 결과 소니 픽쳐스 해킹을 주도한 ‘라자루스(Lazarus) 그룹’의 흔적이 발견됐다. -소니 픽쳐스 해킹 2014년 11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희화화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쳐스가 해킹됐다. 소니에서 제작한 미개봉 영화가 유출됐고 임직원들의 연봉 자료까지 공개됐다. 이듬해 1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북한이 소니 픽쳐스 해킹에 연관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해킹에도 불구하고 소니 픽처스는 ‘인터뷰’를 상영했다. -3·20 전산 대란 2013년 3월 20일 KBS, MBC, YTN 등 방송사, 신한은행 농협 등 금융기관에서 3만2천 대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파괴됐다. 보안업체 조사 결과 악성코드는 백신 프로그램의 구성 파일로 위장해 들어왔다. 정부·민간 합동 대응팀은 북한이 적어도 8개월 전부터 공격을 준비했다고 분석했다.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2011년 4월 12일, 농협의 전산망 자료가 대규모로 손상돼 사흘 가량 금융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검찰은 서버 관리 업체의 직원 노트북이 북한 정찰총국이 배포한 악성코드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북한 해킹 조직 알려진 것만 4~5개 김수키(Kimsuky)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해킹 조직으로 스피어 피싱(이메일에 악성코드를 심은 문서나 링크를 걸어놓는 해킹 방식) 및 워터링홀(공격 대상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합법적 웹사이트를 미리 감염시킨 뒤 잠복하면서 피해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추가로 설치하는 해킹 방식) 방식으로 공격한다.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의 주범이다.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은 히든 코브라(HIDDEN COBRA)라고도 불렸다. 미국 보안업체 맥아피(McAfee)는 2009년부터 한국에서 발생한 ‘트로이 작전(Operation Troy)’ 이라는 이름의 악성 맬웨어(Malware)의 해킹이 라자루스의 소행이라고 2013년 밝혔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최소 4년 이상 지속적인 공격을 했다. 2009년 트로이 작전(Operation Troy)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20년 ‘드림잡 작전(Operation Dream Job)’도 라자루스의 소행이다. ‘라자루스 그룹’이라는 이름은 죽음에서 부활한 성경 속 인물 ‘나자로’에서 따왔다고 한다. 북한 해커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자로처럼 회복력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블루노르프(Bluenoroff)는 라자루스의 하위 그룹으로 금융기관, 카지노, 금융 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사, 암호화폐 관련 등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만 공격한다.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폴란드 금융감독원, 2018년 칠레 은행 등의 해킹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카크러프트(Scarcruft)는 한국의 공공 및 민간 부문에 중점을 두다가 2017년부터 일본, 베트남 및 중동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화학, 전자, 제조, 항공우주, 자동차 및 의료기관을 포함한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2020년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조직이 스카크러프트다. 안다리엘(Andariel)은 국방, 방위산업체, 정치기구, 보안업체, ICT 업체, 에너지연구소 등 기관의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도박게임, ATM기기, 금융사, 여행사,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해킹 임무도 맡고 있다. 2017년 가상화폐 사용자 원격지원 솔루션을 공격했다. 사이버 첩보전 및 테러 수행, 해커 양성 등 사이버 활동에 관련된 임무는 정찰총국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찰총국 해외정보국이 북한 해킹 조직의 배후로 지목되는데 ‘사이버 지도국’ ‘121국’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실 안이한 대응 국방부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을 노린 해킹 시도는 2017년 3986건에서 2020년 1만2696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6139건이 적발됐다. 중국발 사이버 공격은 2017년 1051개에서 1만897개로 11배 이상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만1228개로 지난 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북한의 해커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활동하는 상황에서 IP 발신지가 중국으로 확인되는 해킹 시도가 늘었는데 북한 추정 세력의 공격이 2019년 1건, 지난해와 올해 모두 ‘0’건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은 너무 안이한 대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국력 열세에 따른 군사력 약화를 타개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을 키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지만 사이버전 능력 향상도 그런 차원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사이버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의 2003년 이라크 대상의 ‘사막의 폭풍 작전’때라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김정일이 인터넷과 초고속통신망의 군사적 이용이 전쟁 수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21세기 전쟁은 정보전”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조성렬,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과 대남 사이버 위협 평가: 한국의 사이버안보를 위한 정책적 함의’, 북한연구학회보 제17권 제2호, 2013. 시사저널 2021년 7월 10일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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