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 승조원 전원(301명)이 ‘노(No)백신’ 상태로 파병 임무를 수행하던 5개월여 동안 작전지휘와 부대관리를 책임진 합동참모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월 초 청해부대 34진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채 출항해 3월 초 현지에 도착한 이후 이달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 발생 때까지 합참은 국방부에 단 한 차례도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건의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합참이 백신 접종과 관련해 어떤 건의나 문제 제기를 (국방부에) 보고한 바 없다”고 전했다. 합참이 작전 임무의 불능 사태로 직결될 수 있는 집단감염을 경시한 채 ‘요행 방역’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2일 함정에서 조리 담당 간부 1명이 첫 감기 증상을 보인 이후 8일간 고열과 인후통을 호소하는 장병들이 속출했지만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진은 10일 “증상자들에 대한 원격진단 결과와 현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일 가능성이 낮다”고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청해부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파병 군부대까지 살펴 달라”고 주문했다. 파병 임무 중 코로나19에 장병 대부분이 감염돼 현지 임무를 끝내지 못하고 조기 철수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군 통수권자가 직접 사과하는 대신 군을 질책하며 책임을 돌린 것이다. 청와대는 백신 접종 관련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청해부대 34진의 ‘방역 참사’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빚은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비판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청해부대 확진 사실이 처음 확인된 15일 이후 5일 만인 이날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며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19일 공군의 공중급유수송기 2대에 나눠 타고 아프리카 현지를 출발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도착 직후 전원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받고 국군수도·대전병원과 민군 생활치료시설 2곳으로 이동됐다. 폐렴 증상 등 비교적 증상이 심한 14명은 도착 즉시 군 병원 2곳으로 분산 이동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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