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중도 퇴진…경남도는 ‘권한대행 道’, 벌써 7번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14시 00분


지사직 상실한 김경수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
지사직 상실한 김경수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
‘권한대행 도(道)’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두고 중도하차하면서 경남지역 관가에서 나온 푸념이다. 경남도는 민선도지사를 선출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5명의 도지사 가운데 4명이 중도사임하거나 임기를 채우기 못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그 불행한 ‘흑역사’의 시작은 1995년 첫 민선도지사로 당선돼 3연임에 성공했던 김혁규 전 지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그는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한 이듬해인 2003년 12월 돌연 사임했다. 그리곤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권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사임으로 도지사 권한대행이 됐던 장인태 행정부지사마저 2004년 도지사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새로 발령받은 김채용 행정부지사가 또다시 권한대행을 이어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4년 취임한 김태호 전 도지사는 연임했고 2010년까지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후 2010년 7월 취임한 민주당 김두관 전 도지사는 2012년 7월 대선에 나간다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사직을 내놨고, 임채호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했다. 그해 12월 보궐선거로 들어온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14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역시 2017년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 나가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에 사임했다. 경남도는 류순현 행정부지사,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연이어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았다. 현역 의원인 김두관,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대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8년 국회의원직을 중도 사임하고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와 당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2019년 1월 30일 1심에서 유죄 판결 이후 법정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77일 동안 박성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으로 일했다. 이번엔 하병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26년 동안 7명 째다. 정부가 따로 인사를 하지 않으면 하 부지사는 내년 7월 1일 새 도지사 취임 때까지 경남도정을 맡는다. 만약 교체가 된다면 경남도의 8번 째 도지사 권한을 대행할 행정부지사가 새로 오게 된다.

도지사가 자리를 비우고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 대형프로젝트나 주요 현안사업은 대부분 무산되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중앙 정부, 인근 광역지자체와의 협의도 사실상 중단된다. 현상유지마저 어려워지고 도민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이다. 김 전 지사의 상징이었던 ‘부울경 메가시티’ 등도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웅도(雄道)’를 자랑했던 경남이 지금처럼 왜소해진 이유를 권한대행 체제의 반복, 수년의 도지사 공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 노조위원장은 “김 전 지사가 나가고 권한대행 체제가 돼 안타깝다. 도정공백 없이 도정을 운영하려면 공직자들이 더욱 중심을 잡고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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