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세(勢) 대결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과 최 전 원장을 지원하는 의원들로 나눠지면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야권의 계파가 재편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당밖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입당 촉구 성명서를 내면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정진석 권성동 의원 등 40명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웠고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우리 의원들은 국민의힘에 들어온 그 어떤 외부 주자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받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현 집권 세력의 무책임한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대응할 것이고, 그들의 끊임없는 정치공작 시도에 맞서 우리 주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가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2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친윤계가 우리 당내에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통해야만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라고 믿기 때문에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계파 의식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27일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북항 재개발 현장을 방문한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 "아직 입당할지 안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늦지 않게 행로를 결정해 쭉 나갈 것"이라며 "입당한다고 해서 외연 확장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상식의 복원과 나라를 정상화하는 길에 보수, 진보, 중도를 넘어 하나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부산 민주공원을 참배한 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서울 출신으로 충청에 연고가 있는 윤 전 총장의 이번 부산 방문은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최 전 원장을 의식한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경남 진해 출신인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후 첫 행보로 부산을 찾아 당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보수 지지세가 강한 PK(부산‧경남) 지역을 공략했다.
국민의힘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고 지난해 총선에서 초선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계파 구도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대선 주자들을 둘러쌓고 계파가 재편성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 전 원장은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유엔군 화장장을 찾았다. 이어 연천군에서 실향민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보며 현 정부가 과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으며 북한의 평화 의지를 끌어내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면서 평화적인 통일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 비전을 말씀 드리면 국민 여러분이 더 기대하고 지원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책 경쟁을 예고했다.
최 전 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최 전 원장을 지원하기 위한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조해진 박대출 의원 등 6명 의원은 26일 첫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선 최 전 원장의 당내 지지 기반 확장과 정책과 공약 등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직 사퇴 17일 만인 지난 15일 국민의힘 입당 이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얻은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잇단 발언 논란 등으로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입당 후 당내 지지 기반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원장은 다음달 공식 대선 출마 선을 계획하고 있어 지지율 두 자릿수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탈 경우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전 원장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캠프에 합류한) 전‧현직 의원들이 굉장히 많다. 20명대 후반, 30명대 초반”이라며 “(최 전 원장이) 이름 공개에 대해 극구 반대하고, 사실 줄 세우는 것도 안 되고 의원 한분 한분이 독립된 헌법 기관이다. 이름을 공개하지 못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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