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난타전이 날이 갈 수록 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자해적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라”며 28일 ‘원팀 협약식’을 열기로 했지만 양측은 TV토론 하루 전날까지도 원색적인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자칫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갈등 못지않은 분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아무리 치열한 경선 경쟁이라 해도 서로 건드리면 안 되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최근 불거진 탄핵 공방과 지역주의 논란 모두 그 선을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선의를 악의로 갚아” VS “피 맺힌 절규 기억”
이틀째 호남 행보를 이어간 이 전 대표는 27일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지역간 생채기를 덧내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 구도를 이용하는 대통령 자리라면 천 번이라도 사양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 어르신의 피 맺힌 절규를 저는 잘 기억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지사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잘 되는 것이 호남과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말의 일부를 떼어내 지역주의 조장으로 몰고 갔다”며 “정말 편협한 왜곡이고, 이 지사의 선의를 악의로 갚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항상 정치적으로 불리하거나 자기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세 분의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대단히 나쁜 형태의 네거티브”라며 “(이 전 대표가) 탄핵에 찬성했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적통 후보로서 정당성과 명분에 근거가 없다”며 다시 한 번 탄핵 논란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총리 시절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발광체가 아니라 문 대통령 우산 아래서 일해 오면서 쌓인 지지율”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이 전 대표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정치적 양심을 걸고 반대했다고 수 차례 밝힌 것을 거짓말로 몰고 가고, 노 전 대통령까지 소환해 네거티브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을 모신 비서 출신으로서 상당히 유감”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이 지사야말로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웠을 때 공격하는 언행을 주도했던 분”이라고 역공을 이어갔다.
마땅한 중재 세력도 없어
양측 간 감정적 대립이 과열되자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 탄핵과 ‘호남불가론’ 모두 당원에겐 아픈 상처”라며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부딪히면 본선에 가서 어떻게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겠냐”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역 내 당원들까지 절반으로 쪼개진 탓에 경선과 관련해 뭐라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최근 공방에 대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둘 다 반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양측의 질주에 제동을 걸 마땅한 중재자가 없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선 후보 경선은 당 대표가 총괄하지만, 5월 전당대회에서 신승을 거둔 송영길 대표의 당 장악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송 대표가 2위와 불과 0.59%포인트로 이긴데다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며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정계를 떠났고, 이해찬 전 대표는 사실상 이 지사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양측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원로급 인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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