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처음으로 27일 부산을 찾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한 도시”라고 강조하며 보수와 진보 표심을 공시에 공략했다. 부산은 과거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불렸지만, 부산이 고향인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사실상 ‘스윙 스테이트(경합 지역)’로 분류돼왔다. 윤 전 총장은 부산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포괄할 수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尹 “산업화와 민주화에 부산이 큰 기여”
윤 전 총장은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부산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한 도시”라며 “1990년대 이후 부산의 경제가 많이 침체되고 새로운 활력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 산업이 뒷받침해주는 세계적 해양 도시로 부산이 발돋움하는 건 대한민국 전체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윤 전 총장은 “(6·25) 동란 때 국가가 소멸될 위기에서 전국에서 내려온 피란민과 지역민이 힘을 합쳐서 자유 민주체제를 지켜낸 곳”이라며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민주시위가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많은 정치적 인재들을 배출하고 민주화를 이끌어왔다”고 했다. 광주에서 ‘5·18 정신’을, 대구에서 ‘2·28 정신’을 강조한 데 이어 부산에서는 ‘부마항쟁 정신’을 강조한 것. 윤 전 총장은 부산 민주공원을 참배한 뒤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부산시민의 항쟁을 우리는 오래오래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기도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장제원 안병길 김희곤 의원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이었고, 부산 지역 소주인 ‘대선’ 소주를 곁들였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늦지 않게 행로를 결정해 쭉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어차피 선거는 8개월 이상 남아 있지 않냐”면서 “긴 마라톤이니 이를 보는 국민이나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오래 기다리시지 않고 예측 가능성을 가지도록 결론을 내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를 넘는 것을 두고 “지지율 40%면 백성들의 아우성을 덮을 수 있는 건가”라며 “지지율이 의미하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해석도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당 소속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선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윤석열 입당 크게 중요치 않아”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당 자체가 크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무조건 입당해서 대선 경선에 참여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나름대로 현재의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 등 본인과 가까운 인사들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데 대해서도 “나와는 관계없다. 따로 조언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도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얘기한 것으로 비춰볼 때 입당이 가시화된 것이고 시기는 아마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전남 고흥 출신의 송기석 전 국민의당 의원을 영입해 광주전남 지역에 대한 총괄 관리를 맡기는 등 외연 확장 시도를 이어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적이 있도 송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의 독주에 비판적 시선을 가진 (호남의)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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