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공군에서 이번에는 집단 가혹행위가 벌어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선임들이 후임을 가스 보관 창고에 감금하고 불을 붙이려 하는 등 도를 넘은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제보를 통해 강릉에 위치한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공병대대에서 병사 간에 생활관과 영내에서의 집단 폭행, 가혹행위, 성추행 피해 발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일과시간 종료 후 피해자를 끌고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로 데리고 가 가두고 “네가 잘못한 게 많아서 갇히는 거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며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이후 선임병들은 가스가 보관된 창고 안으로 박스 조각에 불을 붙여 집어 던졌다. 피해자가 가까스로 자물쇠를 열고 나오자 선임병들은 “다음에도 잘못하면 여기 또 가둔다”고 협박했다.
이 밖에도 선임병들은 사무실에서 수시로 피해자의 전투화에 알코올 손소독제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임병들은 피해자를 토목장비창고에 가둔 뒤 밖에서 문을 잠근 후 창고 벽과 천장 사이(높이 약 2.3m) 좁은 틈을 통해 기어 올라와 탈출하라고 강요했다. 선임병들은 “토목반에 들어오려면 이런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이 같은 행위를 했다.
선임병들은 ‘딱밤 맞기’를 빌미로 피해자의 이마를 수시로 구타했다. 피해자가 그만하고 싶다고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멈추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같은 생활관 다른 선임들도 이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공병대대는 임무 특성 상 중장비와 위험 물질을 많이 다룬다”며 “그런데 보관 창고 등을 관리 간부의 통제 없이 병사들이 제멋대로 개방해 피해 병사를 가두는 일이 발생한 것부터 부대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용접가스 등은 폭발의 위험이 있는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사무실에서 어떤 통제도 없이 열쇠를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돼있다고 한다”며 “만일 가해자들의 행위로 인해 가스 창고가 폭발했으면 끔찍한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인권센터는 그러면서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즉각 구속은 물론 공병대대 대대장을 포함해 가해 행위 옹호, 묵인에 가담해 온 소속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한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며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눈 감고 방치해 둔 공병대대장은 즉시 보직해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초동 수사를 부실하게 진행, 비행단장에게 보고한 군사경찰대대장, 수사보고를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 적절한 조치를 지시하지 않은 공군 제18비행단장, 사건 인지 후에도 적절한 지휘 조언과 구속영장청구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18비 법무실장과 군검사 등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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