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치고 尹에 손 내밀고…최재형 인지도 높이기 ‘올인’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29일 14시 48분


崔 낮은 인지도, 지지율 상승에 발목 잡아
정치권에선 '제2의 김황식' 염려도 계속
親尹 정진석 시위 찾아 "文도 책임 있다"
尹에 만남 제안하며 "당원 안심시켜 드리자"
'선당후사' 면모 선보이며 '인지도' 상승 꾀해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치인’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야권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여 빠른 시일 안에 지지율 10%를 달성하겠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오전 최 전 원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정 의원과 격려했다.

전날(28)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공개 회동을 제안하며 당내 계파 갈등을 해결하자고 말했다.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한 ‘선배’로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崔 발목 잡는 ‘낮은 인지도’…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대권 주자인 최 전 원장의 가장 큰 약점은 인지도다. 정치 참여 선언 자체가 상당히 늦었고, 이후 조직력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 역시 아직 기대하긴 이른 시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인지도가 입당 후 오르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윤 전 총장은 물론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보다도 낮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6~2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58명을 대상으로 ‘7월4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5.5%를 차지하며 전주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마의 구간’이라 불리던 5%대에 진입하긴 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이 ‘제2의 김황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법대·판사 등 엘리트코스를 밟던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다.

이후 그는 국무총리에 임명,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정계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에 밀려 50%포인트 차이로 패배하며 짧은 정치생활을 마무리했다.

결국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게 원인이 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지도는 정치인의 기본”이라며 “인지도란 ‘이 사람을 아느냐’인데 (유권자들이)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지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 전 원장은)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하고, 자기 정책이라든지 이슈에 대한 스탠스(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언론에도 더 많이 노출돼야 한다”며 “지금 그런 게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지도=대중 이목…최재형 ‘문재인·윤석열’ 공세, 효과 있을까

이를 의식해 최 전 원장의 최근 전략은 ‘국민 관심 끌기’에 집중됐다.

그는 이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정진석 의원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을 찾았다.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이 힘을 합쳐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여론조작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 표명과 유감 표명, 나아가 사과를 안 하신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수가 없다. ‘나(문 대통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부분을 분명히 해주시면 좋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자 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위 중인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親尹)’ 의원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의원들 40명의 서명을 받은 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진실 규명 촉구 1인 시위를 제안, 이날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특검 연장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정에 최 전 원장이 나타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윤 전 총장을 향해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친윤 등 계파정치 부활이 우려된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당원과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자”고 말했다. 이는 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당원을 위한 행보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깔린 듯하다.

윤 전 총장 측은 묵묵부답이다. 덕분에 최 전 원장은 당의 갈등을 염려하는 입당 ‘선배’ 자리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또 야권 라이벌 구도를 ‘최재형 vs 윤석열’로 구축하는 것도 부차적 효과로 받아들여진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최 전 원장의 공격적인 제안이 달가울 리 없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10%를 넘길 경우 윤 전 총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준한 교수는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이) 회동을 안 할 것”이라며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최 전 원장의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여주게 된다. 그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거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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