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지사 측 “반대 지자체 빼고 지원”… 道예산으로 보편지급 강행 태세
전 도민에 주려면 4000억 더 필요… “道 70%-기초단체 30% 부담 유력”
이낙연 “다른 시도 형평성 고려해야”, 김두관 “현직의 돈풀기 불공정 경선”
수원 등 7개 지자체장 반발도 변수
여야가 격론 끝에 ‘소득 하위 88% 지급’으로 결론 내면서 일단락됐던 재난지원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기도민에게 자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권 대선 주자는 물론이고 일부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장도 반발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반대하는 지자체를 제외하고 줄 수 있다”며 강행할 태세다. ‘선별 대 보편’ 복지 논쟁도 다시 한번 불붙는 양상이다.
○ 유일한 현역 도지사 이재명, “전 국민 지급은 신념”
이 지사는 2일 대전·충남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과 관련해 “중앙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정책은 다른 게 정상”이라며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건 제 신념”이라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이 지사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은 선별 지급을 주장해 왔다.
이 지사가 경기도민 전체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건 여야 대선 주자 중 유일한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점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도지사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지자체 예산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할 수 있는 건 이 지사뿐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결국 기본소득 등 이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주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88% 지급을) 국회가 여야 합의로 결정한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국회의 결정을 따르려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 캠프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김두관 의원도 “후보 6명 중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 경기도 “道 70%, 市 30%로 재원 마련”
또 다른 문제는 재원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12%의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약 4000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에 투입되는 지방비의 70%를 지원하고 기초지자체에서 30%를 부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며 “반대하는 지자체는 빠지고 나머지 시군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소속 지자체의 반발도 변수다. 수원, 용인, 성남, 안산 등 경기도 7개 단체장들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결정하고 야당까지 동의한 사안에 대해 이 지사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국정 방해 행위”라며 “경기도 시군 간 갈등을 왜 유발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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