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수사에 기소권 없는 공수처, 불기소 처분할 수 있는지 규정 미비
檢 “기소권 없는 사건선 경찰 역할… 불기소-영장청구는 검찰이 맡아야”
공수처 “헌재도 ‘검사 지위’ 인정… 기소여부 결정하고 영장청구 가능”
공수처 출범 때부터 사사건건 충돌, 전문가 “입법 통해 정리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검찰의 승인 없이 불기소 처분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립하면서 두 기관이 충돌하는 분위기다. 공수처는 판사, 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어 조 교육감에 대해선 검찰에 기소를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는지, 기소 요구 이후 검찰의 보완 수사 지시에 따라야 하는지 등 두 기관의 의견이 달라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공수처 검사도 검사” vs “기소권 없는 사건에선 경찰”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지난달 27일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이달 중순까지 조 교육감 변호인으로부터 혐의에 대한 의견서를 받기로 했다. 공수처는 변호인 의견서까지 검토한 뒤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를 요구할 경우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도 헌법재판소에서 국가기관인 ‘검사’로 인정받았다”며 “소속 검사를 사법 경찰관으로 전제하고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수처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 검사는 기소 권한을 가진 사건에서는 검사와 같고, 기소 권한이 없는 사건에선 경찰과 같다”며 “기소권이 없는 조 교육감 사건에선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조 교육감 사건을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기소와 불기소 권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올 5월 21일 검찰, 경찰, 해경, 국방부 검찰단 등과 함께 ‘5자 협의체’를 꾸려 이견을 좁히겠다고 밝혔지만 75일째인 3일 현재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관계자는 “(5자 협의체 구성) 제안을 했지만 다른 기관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했다. 검찰, 경찰은 공수처로부터 회의 일정과 관련한 공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엉성하게 법을 만들다 보니까 생긴 문제인 만큼 국회가 입법을 통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성윤 조건부 이첩’ 논란부터 갈등 이어져
검찰과 공수처는 올 1월 공수처 출범 직후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다. 특히 공수처가 올 3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을 “수사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 돌려보내면서 “공수처가 전속 기소권을 갖는 사건이므로 수사 후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한 게 갈등의 발단이 됐다. 검찰은 공수처의 주장에 대해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공개 반박한 뒤 이 지검장을 직접 기소했다. 법원은 올 6월 ‘불법 출금’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의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검찰에 판정승을 내렸다.
두 기관의 팽팽한 신경전에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도 반영돼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대진 검사장, 김형준 전 부장검사 등 전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고, 검찰은 공수처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특혜 조사 의혹과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가 지난달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총장 부속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선 격한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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