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이 이달 중순부터 예정대로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북한이 반발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이번 훈련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상황.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남관계 앞길을 더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이번 훈련 실시 자체를 문제시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의 ‘용단’을 촉구하면서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 가운데 “절망”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관영매체를 통한 비난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이번 훈련 실시에 반발하더라도 미국이 설정한 사실상의 ‘레드라인’(한계선)에 해당하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는 곧 미국 본토를 겨냥한 무력시위로 간주되기에 그간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대북 강경노선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된 지난 2018년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란 결정서에서 “주체107년(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 ‘약속’을 지켜왔다. 따라서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발사에 선다면 이 약속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 당시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미국 측에 요구할 명분마저 잃게 된다.
또 북한의 ICBM 발사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원상 복구시키거나 북한이 완화를 요구해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한층 더 강화토록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약속을 철폐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철폐하면 앞으론 중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며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진 않을 거다. 균형 측면에서도 남북관계를 함께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이번 한미훈련에 맞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무력시위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북한이 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각에선 북한이 한미훈련 실시를 이유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 방지 장치’인 9·19합의 파기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올 3월 전반기 한미훈련 기간 발표한 담화에서 ‘9·19합의 파기’를 향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9·19합의엔 ‘정찰행위 중지’ 등 북한 입장에도 유리한 내용이 많다”며 “이를 파㎝기하는 건 북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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