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 개시하자마자 연이틀 총비난전에 나서고 있다. 남북이 13개월 만에 통신선을 복구하며 유화 분위기가 조성된 지 2주 만에 다시 남북관계가 냉각되는 모양새다.
북한의 비난전에는 대남, 대외사안을 담당하는 핵심 당국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대외총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10일 담화에 이어 11일에는 대남기구의 수장인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등판’했다.
김 부장은 지난 2018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실무 총괄했던 인사다. 앞서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며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정치적 입지가 있는 거물급 인사에 속한다.
그는 이날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강경 행보’를 다시 예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의 진행이 곧 한미가 안보 위기를 자초하는 행보라며 “우리도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리겠다”라고 선언했다. 또 “남조선과 미국이 우리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 역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라며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남, 대외 사안에 잔뼈가 굵은 두 인사의 연속적인 담화를 보면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북한의 ‘실제 행동’이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지난 5개월간 중단했던 무력도발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SLBM은 한미 모두에 대한 견제용으로 개발된 미사일인 만큼 북한의 ‘메시지’를 표출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일 수 있다.
지난 3월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 당시 제기했던 조치들이 단행될 수도 있다. 북한은 당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과 남북협력 기구인 금강산 국제관광국의 폐지를 언급했다. 또 경우에 따라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 군사합의의 파기는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성사된 합의로 인해 남북 모두 군사분계선 일대의 물리적 위협 요인을 상당수 제거했기 때문이다.
군사합의가 파기되면 다시 남북 접경지에 군사력 증강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당장의 무력도발보다 향후 지속적인 위협 요인이 증가하는 군사합의의 파기가 더 강력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구체적인 향후 대응 조치를 아직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파급력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현재의 긴장 상태를 더 고조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2019년 10월 ‘철거’를 공언했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파괴하는 조치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처럼 강력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구에 따라 형성된 유화 분위기는 다시 사그라들었다. 또 이번 북한의 행보가 올 들어 밀착된 중국과의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긴장을 해소하는 방정식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