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기 도발 아닌 점진적 위협 고조 예고
홍현익, 베이징 올림픽 계기 정상회의 예상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시작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위협적인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전격적인 남북미중 정상회의 개최해 ‘빅딜’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남 총괄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미·대남 총괄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전날 담화에서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담화 모두 당장 어떤 도발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수개월에 걸쳐 위협 수위를 서서히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북한이 위협을 예고하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은 나름의 시간표를 짜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올림픽을 대미 협상에 활용하는 것은 익숙한 장면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이후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대북제재 해제 직전까지 갔던 북한은 미국의 영변 플러스 알파 요구에 부딪혀 원하던 바를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호관계인 중국이 개최하는 내년 올림픽을 활용해 이번에는 새로운 각오로 협상을 벌이려 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까지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미국의 이탈과 말 바꾸기를 차단하려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북미중 4자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립외교원장에 내정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제가 볼 때는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베이징에 갈 가능성이 크다”며 “가게 되면 시진핑 주석과의 삼자대면이 되는데 미국이 남북중 삼자 회담을 지켜만 보겠나. 그러면 바이든 대통령도 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지나친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021년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도쿄올림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활용하는 카드는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경로를 답습하는 수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핵화 협상을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년 전 2018년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9·9절)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제시할 성과물이 필요한 내부적 동기 부여가 있던 상황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고 이로 인해 북미대화가 가능했다”며 “종전 선언과 영변 카드에 기대를 걸었다가 이미 두 차례 실망한 김정은 위원장이 도쿄와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새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