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여군 중사가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앞서 벌어진 공군 여군 이모 중사 사건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군 이 중사 사건처럼 참모총장 사퇴 등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공군 이 중사 건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군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은폐성이나 회유나 2차 가해가 얽혀있어서 공군이 수사할 수 없어서 국방부로 이관한 사안”이라며 “이번 건은 8월7일 보고되고 9일 분리조치되고 10일 수사하고 이런 과정 속에 있었다. 해군이 정식으로 보고 받고 수사한 것은 8월9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사 사건과 달리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매뉴얼에 의해서 지휘관에게 보고했고 분리조치했다”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인사참모 여군을 붙여서 차에 태워서 동행하고 출퇴근을 시키고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군에서는 숨진 A중사로부터 피해 사실을 처음 들은 주임 상사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군 관계자는 “성추행 사실은 법령에 따르면 주임상사가 조치하게 돼있다”며 “주임 상사가 조치를 안 한 것은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법령과 군 내 부대관리훈령의 충돌 때문에 발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A중사가 피해사실을 최초에 알리면서 공론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부득이 수개월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법령상으로는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바로 보고하게 돼있지만 부대관리훈령 상에는 피해자 의사에 의하면 (보고를) 안 하게 된다. 상호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즉각 보고하게 돼있는) 군인복무기본법을 성폭력 사건에 적용하니 피해자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원칙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민간에서 적용되는 성폭력 법률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중사가 외딴 섬에 있는 소규모 기지에서 수개월간 성추행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은 채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심리적 고통을 군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가해자가 A중사를 상대로 2차 가해를 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A중사와 유가족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A중사는 문자에서 “(가해 상관이)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하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과하겠다며 A중사를 부른 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했는데 A중사가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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