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찾은 이낙연 “남루한 내 청춘의 시작은 김대중”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13일 18시 27분


코멘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8월18일)를 앞두고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절절한 향수를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목포 국도 1·2호선 기념비 앞에 섰다. 그리고 “저는 어린 나이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 그것이 제 인생의 시계를 돌려놓으리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던 1971년을 회상했다. 김 전 대통령이 2차 투표에서 역전승으로 김영삼 후보를 이기고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됐던 때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였다.

그는 “천하의 남루하고 누추한 청년 이낙연은 바로 그 일 때문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열로 뜨거워지는 것을 통감했다”며 “대학 강의실보다 김대중 선생의 연설장이 훨씬 더 저에게 큰 희망을 줬다. 그것이 저의 남루한 청춘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했다.

1987년 김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대선 도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였던 이 전 대표는 김대중 ‘마크맨’(전담 기자)으로 그 과정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 전 대표는 그 시절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는 “김대중 후보께서는 못난 저를 몹시 이뻐하셔 가지고 당시 승용차 옆자리에 늘 저를 태워주셨다”며 “동교동 지하 서재, 제가 가면 언제든지 문을 열어주시고 함께 신문도 읽고 함께 군것질도 잡숴주시고 어떤 때는 점심도 저에게 주셔서 그것 또한 저의 청춘이었다”고 떠올렸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대변인으로 그의 취임사를 썼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돼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로 일했다.

그는 “민주당이 배출한 세 분 대통령의 은혜로 성장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분들의 꿈을 알고, 그분들의 정책을 알고, 때로는 그분들의 좌절도 제가 목격했다”며 “그분들께 배웠던 것 또는 그분들께서 미처 이루지 못한 것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결기어린 다짐을 전했다.

이날 목포 국도 1·2호선 기념비를 찾은 이 전 대표가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은 ‘남북한 평화와 번영 동서 화합’이었다.

이 전 대표는 “국도 1호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서 전주로 서울로 판문점으로 평양을 거쳐서 신의주까지 갔다. 국도 2호선은 여기서 출발해서 광양, 진주, 창원을 거쳐 부산까지 갔다”며 “바로 그 두 개의 동맥이 출발하는 이곳에서 소년 김대중, 청년 김대중이 꿈꾸었던 평화 공존과 평화 통일, 동서 화합과 국민통합의 꿈을 우리 후손들이 다시 꾸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멎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넘었다. 휴전선이나 해상에서 단 한 건의 군사적 충돌도 없었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인한 우리 군인의 희생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한 토대 위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를 꿈꾸고 기획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임기를 마치시는 그날까지 평화 프로세스를 줄기차게 추진하시고 뭔가 성과를 내실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평화 철학을 다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그것이 제4기 민주 정부가 국민들한테 드려야 할 가장 큰 약속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전북 곳곳을 다닌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향배를 가를 텃밭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를 펼치기 위해서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시작 뒤 이 지사를 급속 추격했으나 최근 지지율 정체를 맞아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오는 14~15일 전남 신안과 여수를 찾는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가 있는 신안 하의도를 방문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신과 리더십에 대한 두 주자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