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은 5%p 안쪽에서 승부가 갈릴 공산이 크다.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공약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김관영(52)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가 8월 1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대선 핵심 어젠다는 공존의 정치, 연합과 통합의 정치다. 국민은 극단적 양당정치에 굉장히 지친 상태”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김 대표는 과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는 등 한국 정치 지형에서 제3지대 형성을 위해 힘써왔다. 20대 국회 이후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를 출범해 바른미래당 출신 김성식, 채이배 전 의원과 공존의 정치를 위한 정책 토양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제3지대의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여야, 정책 패키지 딜로 협력해야”
김 대표 측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와 ‘영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캠프 인사가 연구소를 방문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채 전 의원은 “윤석열 캠프의 언론플레이에 놀아줄 시간이 없다”며 즉각 윤 전 총장 캠프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과거 제3지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분이 캠프 합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다. 연구소의 정책 연구가 완료되기 전 특정 캠프에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정중히 사양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만나 차기 대선 전망을 물었다.
협치와 공존의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나.
“여야가 각종 정책을 ‘패키지 딜’ 하며 협력해야 한다. 고용 정책과 복지 정책, 일자리 정책을 함께 다루는 식이다. 가령 일자리 유연화 정책을 펼칠 경우 복지 정책도 세트로 수립해 노동자의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연금개혁 역시 사회안전망 강화와 연계해 패키지 딜을 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선주자가 경쟁자를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41% 지지를 받으며 100% 권력을 행사한다. 때론 41% 국민만 고려한 정책을 추진한다. 대통령이라면 권한을 나누려 노력해야 한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정책을 내야겠지만, 상대방 정책도 충분히 수용하며 동행해야 한다.”
여권은 적폐청산, 야권은 정권심판을 외치며 세몰이하고 있는데.
”당내 경선 기간이다 보니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보수는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 정책을 이야기하고, 진보는 검찰개혁과 사회복지제도 강화를 주장한다. 경선을 마치면 중도층 잡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본다.”
윤 전 총장 처지에서는 여당과 협치가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은 반문재인(반문) 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조국 사태와 본인의 징계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을 배제하는 정치의 해악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본다.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앞선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나는 저런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협치와 공존의 정치에 앞장서야 한다.”
윤 전 총장 측 역시 “보수는 물론, 중도·진보·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까지 아우르겠다”고 말했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반대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서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철학이 보인다. 당초 제3지대에서 반문 표심을 결집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당의 위력, 이준석 체제와 함께 나타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이 입당을 결정한 배경일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언행에 보수적 색채가 상당히 짙다는 점에서는 입당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
“反文세력 규합만으론 한계”
국민의힘 입당 후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
“스스로를 진보, 보수, 중도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각각 30%, 30%, 40% 정도다. 중도층 유권자 다수가 정부에 실망했고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 이 중 국민의힘 입당 이후 지지를 철회한 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호남지역 유권자 중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분이 많은데, 이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기란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사람들을 좀 더 견인하지 못한 채 국민의힘에 입당한 점은 아쉽다.”
당내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가 큰 와중에도 중도층 공략을 못하고 있다. 경선 이후는 다를까.
“반문세력 규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선은 미래 전망적 투표라고 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국민을)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이런 점에서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 경선이 시작되면 공부할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행사장을 다니고 캠프에서 회의도 해야 해 차분히 공부할 시간이 없다. 윤 전 총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과 경험의 한계가 드러날 공산이 크다. 이를 극복하려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각종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설화(舌禍)로 불리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상당 부분은 윤 전 총장 본인의 설화 탓이다. 잇따른 실수가 지적 능력과 철학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지지율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 경쟁자들이 윤 전 총장을 가만히 두겠는가. 훙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는 경선이 본격화하면 비판 강도를 높일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방도도 없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다. 갑자기 (화술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향후에도 실수를 연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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