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사흘 만인 12일 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군 A 중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B 상사가 14일 구속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79일 만이자 A 중사의 정식 신고로 군이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특히 A 중사는 7일 성추행을 당한 부대에서 “나가고 싶다”고 부대 지휘관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가 9일 경기 평택 2함대로 이동하기까지 75일간 가해자와 분리가 안 된 채 작은 섬에 있는 부대의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업무 배제 등 따돌림을 당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성추행 및 2차 가해 여부 집중 조사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14일 평택 2함대 사령부 군사법원에서 B 상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천의 한 도서지역 부대 소속인 B 상사는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A 중사에게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소식통은 “구속영장에는 손금을 봐주겠다고 한 것 이외에 추가적인 신체 접촉 혐의도 적시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 수사당국은 B 상사의 회유, 업무 배제와 따돌림 등 2차 가해 여부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A 중사가 사건 직후 외부 유출을 우려해 상관인 주임상사 1명에게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가 두 달여가 지나 정식 신고를 결심한 것도 B 상사의 2차 가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A 중사가 (성추행 사실을 정식 신고한) 7일 지휘관 면담 당시 ‘이 부대를 나가고 싶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A 중사가 생전 유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이후로도 두 달이 넘도록 B 상사의 업무상 따돌림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2차 가해 정황에도 軍 “피해자 보호” 이유로 쉬쉬
군 안팎에서는 A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2차 가해를 당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는데도 군이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쉬쉬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실 관계자는 “13일 해군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는 (A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관련)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보고했는데 같은 날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그 얘기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군이 부대 차원의 은폐 의혹에 대한 조사에 미적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중사가 사건 직후 가해자가 아닌 다른 상관에게 ‘조용히 넘어가자’는 회유를 당했다고 유족이 주장하는 등 또 다른 2차 가해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가해자에게 시간을 벌어주거나 주변인과 입 맞추기 등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군은 14일 A 중사에 대해 순직 결정을 내렸다.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자해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순직 처리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고인은 유족과 박재민 국방차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등 일부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영결식을 치른 뒤 15일 발인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A 중사 측 유족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14일) 수사관으로부터 가해자의 구속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서 “지금은 통화하기가 힘들다”며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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