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항일 독립투쟁의 기념비적 전투인 봉오동 전투 전승 제101주년을 맞아 고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했다.
추서식에는 홍범도 장군이 여생을 보내고 안장됐던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에게 훈장을 직접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추서식에서 “장군은 일본군조차 ‘하늘을 나는 장군’이라 부르며 경외했을 정도로 용맹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한없는 인자함과 겸손함으로 고려인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이끌었다”며 “장군께 드리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대한민국의 영광인 동시에 장군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우정은 단순한 외교 관계가 아니다”며 “양국 사이에는 홍범도 장군과 고려인 동포들이 있고, 포용과 상생의 힘으로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온 공통의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은 2019년 계봉우, 황운정 지사에 이어 장군을 고국에 모시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열망에 깊은 공감과 존중을 표명해줬다”며 “유해 봉환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 주신 토카예프 대통령님과 카자흐스탄 정부에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며, 대한민국장은 5등급(대한민국장-대통령장-독립장-애국장-애족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최고의 건국훈장이다.
앞서 홍범도 장군은 1962년 항일 무장투쟁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서훈은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공적 외에도 전 국민에게 독립 정신을 일깨워 국민 통합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한 공적을 추가로 기리기 위해 59년 만에 결정됐다.
홍 장군은 1907년 의병대를 조직해 일본군과 맞섰고, 1919년 대한독립군을 창설, 국내 진공작전을 펼치다 1920년 일본군 정규부대에 맞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인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뒤 광복을 2년 앞두고 1943년 10월25일 향년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홍 장군의 이번 서훈은 카자흐스탄 동포사회의 지도자로서 고려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긍지를 제고하기 위해 힘썼으며 오늘날까지도 고려인 사회 내 한민족 정체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홍 장군의 삶은 오늘날 국제평화와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있는 묘역 비문에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추서식에서 홍 장군과 관련된 사료 2건과 크즐오르다 묘역의 분토함을 전달했다. 사료는 홍 장군이 말년에 고려극장 수위장으로 근무했다가 사임하면서 제출한 사임서와 1943년 서거 당시 사망진단서다.
사망진단서는 크즐오르다에서 발견된 문서 원본이, 고려극장 사임서는 알마티 문서보관소에 관리된 문서의 사본이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장군의 정신은 양국 간 상생과 포용, 평화와 번영을 향한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국민들과 함께 장군의 정신을 기리고, 카자흐스탄과의 우정을 양국 번영으로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서식에는 우리 측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노송달(노 알렉산드르) 대한고려인협회장이 참석했고 카자흐스탄 측에서는 무흐타르 틀례우베르디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바큿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등이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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