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헬기소리, 전쟁영화 같았다”…주아프간 대사가 전한 탈출작전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8일 19시 09분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가 18일 취재진과의 화상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최 대사는 현지 한국대사관 공관원과 교민 대피작업 과정을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 묘사했다.(외교부 제공)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가 18일 취재진과의 화상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최 대사는 현지 한국대사관 공관원과 교민 대피작업 과정을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 묘사했다.(외교부 제공)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는 18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시작된 현지 한국대사관 공관원과 교민 대피작업 과정을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 묘사했다.

교민 1명을 끝까지 현장에서 챙긴 최 대사를 포함한 우리 공관원들은 우방국의 도움으로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아프간을 무사히 탈출했다.

최 대사는 이날 취재진과의 화상브리핑에서 아프간 ‘탈출기’를 생생히 전했다. 최 대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아프간 탈출이 시작된 건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이다. 당시 외교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현지 경비업체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게 된다.

최 대사는 “탈레반 부대가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장소까지 진입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 초반에는 정부군이 방어작전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방국 대사관에서 ‘모두 탈출하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방국 대사들 3~4명하고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며 “통화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 정말 급한 상황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장관에게 보고하고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철수를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철수 지시가 떨어진 후, 아프간 대사관은 매뉴얼에 따라 중요한 문서나 보안자재 파기 수순을 밟았다. 이후 최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과 차량에 탑승, 우방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최 대사는 ”(한국대사관에서 우방국 대사관까지) 거리는 5분 정도“라며 ”이후 우방국 대사관에서 군공항까지 헬기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카불에는 ’그린존‘이라고 우방국 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안전지대가 있다. 이에 각국 대사관들은 유사시 우방국 대사관까지 5분 내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최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은 공항에 도착, 공항 내에 있던 마지막 남은 교민 A씨 설득작업에 나섰다. 교민 A씨는 당시 1차 설득에 ”나는 좀 상황을 보겠다. 나는 사업을 정리하고 가야하니까 좀 상황을 보고 며칠 뒤에 자기가 알아서 본인 능력으로 철수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사는 교민 A씨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본인과 공관원 2명만 남기고 나머지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철수 결정을 내렸다. 단 이 또한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15일 오후 5시께 나머지 대사관 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다 끝내고 군용기를 타러 이동 중에,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한다. 최 대사는 ”저는 옆 건물로 대피하고 또 항공기 탑승을 위해서 활주로로 이동하던 직원들도 대합실로 대피해서 한 한 시간 정도 대피해 있었다“며 ”공습경보가 끝난 후에 직원들은 다시 활주로로 가서 군용기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민 A씨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등 급박한 상황 변화와 자신을 위해 남은 최 대사와 공관원들의 지속적인 설득 작업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최 대사는 ”(교민 A씨는) ’나도 철수하겠다. 대사관분들께 미안하다. 여러분이 남아서 고생하는 거 보니 미안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저녁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민간공항에 있던 군중들이 민간기에 매달리는 등 공항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사는 ”일부 총기도 소지하고 있어서 15일 저녁부터는 총소리도 계속 들렸다“며 ”또 우방국 헬기가 계속 공항 위를 맴돌면서 상황 경계를 하고, 흔히 영화에서 봤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대사와 우리 공관원들은 16일로 예정된 A씨의 탑승 수속을 도와주면서도, 당초 같은 군용기에 탑승하지 않으려 했다.

최 대사는 ”16일 아직 철수하지 못한 우방국 등 각국의 여러 시민들을 철수시키는 회의가 세차례 소집이 돼 있었다“며 ”회의에 참석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가야할 거 같았다. 먼저 교민을 보내고 저를 포함한 직원 3명은 16일까지 남아있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이 밝자, 공항은 민간공항 쪽에 들어왔던 군중들이 군활주로까지 들어오는 등 바로 군항기가 이륙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결국 17일 새벽 1시에 현장이 정리됐고, 교민 A씨를 보호할 목적으로 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같이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나오게됐다.

최 대사는 ”군용기는 큰 수송기로 배에 타 듯, 바닥에 오밀조밀 모여 앉았다“며 ”탑승자 대부분은 미국 사람이었다. 그 외 제3국인 아프간, 인도인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잠정 폐쇄된 가운데, 기존의 아프간 관련 업무는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에서 임시로 수행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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