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열린민주 합당’ 요구 나오지만 입법 협조 위해 ‘전략적 결별’
민주당, 열린민주당과 손잡고 쟁점 법안 국면마다 안건조정위 무력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정의당의 반발에도 열린민주당과 함께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나서면서 민주당의 ‘열린민주당 셈법’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의 합당 요구에도 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전략적 결별을 택하고 있다는 것.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18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관련 법률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며 “(문체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잘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참여 없이 문체위 안건조정위에서 언론중재법을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 문체위 관계자는 “야당 요구에 따라 안건조정위까지 거쳤기 때문에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김 의원은 민주당과 적극 협력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법적으로 다른 당이기 때문에 야당 몫으로 김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열린민주당이 개혁 법안 처리 명분을 확실하게 살려주는 ‘알짜 우군’이나 다름없다”며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는 이 같은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열린민주당이 민주당의 우군으로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밀어붙일 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참여해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 시켰다. 열린민주당의 의석수는 3석에 불과하지만 법사위, 문체위 등 핵심 상임위에 포진해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열린민주당의 존재는 입법 독주 프레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명분과 함께 안건조정위 심의 시간을 단축하는 등 법안을 처리하는 시간적으로도 효율성을 가져다준다”며 “갈라서 있다고 해도 대선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층이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합당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열린민주당이 주요 법안 처리 국면마다 민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교섭단체 야당으로서 언론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안고 회의에 참석했다. 단순히 민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려고 들어간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 국면에서 열린민주당과 손잡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 하는 일이 반복되자 국민의힘은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으로 도입된 안건조정위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안건조정위는 쟁점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여야가 3대 3 동수로 최대 90일 간 숙의하도록 도입됐다. 제1당이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때 제2당이 제동을 걸 수 있는 견제 장치다. 그러나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열린 12번의 안건조정위 가운데 11번을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이나 열린민주당 등과 손잡고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18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역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참여하면서 여당 뜻대로 법안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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