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용사 딸 김해나, 아버지 이어 해군간부의 길 걷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19시 24분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로 전사한 고 김태석 원사의 딸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 간부의 길을 걷게 됐다. 20일 해군에 따르면 김 원사의 딸인 해나 씨(19)가 최근 ‘해군 군가산복무(군장학생) 장교’ 모집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아빠를 따라서 군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2010년) 천안함 (폭침도발) 이후로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군인의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합격발표를 본 순간 너무 기뻐서 믿기지 않았다”며 “아버지처럼 훌륭한 장교가 되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안함 폭침 5주기인 2015년 3월 26일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은 고 김태석 원사의 큰 딸 김해나 양이 아버지의 묘역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천안함 폭침 5주기인 2015년 3월 26일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은 고 김태석 원사의 큰 딸 김해나 양이 아버지의 묘역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군가산복무 장교 전형은 대학 재학 중 군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다. 김 씨는 올해 초 우석대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한 뒤 이른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장교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번에 군 장학생으로 선발됨에 따라 대학 졸업 후 해군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그는 이달 초 공군과 해병대 전형에도 합격했지만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어서 해군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다고 한다.

3녀 중 장녀인 김 씨는 어머니에게도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군인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도 하고 응원도 해주셨다“며 "사실 제일 합격 결과를 기다린 게 어머니셨는데 이젠 마음 편히 계셔도 된다, 큰딸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만간 국립대전현충원내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 ‘아빠가 바라시는대로 해군간부가 됐다’는 합격 소식을 전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김 씨의 합격 소식을 접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피격 당시 천안함 함장을 지낸 최원일 예비역 대령은 자신의 SNS에 김 원사와 함께 케이크를 자르던 옛 사진과 함께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아빠가 지킨 슬픔의 바다를 딸이 희망의 바다로 다시 지키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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